‘도토리 묵박’ 지정폐기물에서 제외해야

전문업체 맡겨 처리비 큰 부담
식물성 유기물로 생분해 가능
가축먹이·퇴비 재활용 모색을

충남 서천 판교농협 지용주 조합장(오른쪽)과 이선호 도토리묵 가공사업소장이 묵박을 보여주고 있다. 식물성 유기물인 묵박을 지정폐기물에서 제외해 농업분야에서 재활용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도토리묵 부산물(이하 묵박)은 자연환경에 오염을 일으키는 화학물질 같은 것도 아니고 식물성 유기물인 만큼 지정폐기물에서 제외해야 마땅합니다.”

26일 찾은 충남 서천 판교농협(조합장 지용주) 도토리묵 가공사업소.

전국의 농협 식품 가공공장 가운데 유일하게 도토리묵을 생산하는 이곳은 도토리농가에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판교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의 도토리농가로부터 한해 250여t의 도토리를 수매하고 있는 것.

그런데 다른 농협 식품 가공공장이 그렇듯 이곳도 인건비와 전기료 상승 등으로 수지 타산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게다가 묵박 처리 비용까지 과도하게 들어 어려움이 더욱 크다는 게 판교농협의 하소연이다.

이선호 가공사업소장은 “도토리묵을 만든 후 나오는 묵박은 지정폐기물로 분류돼 있어 이를 전문업체에 맡겨 처리하는 비용이 연간 4000만∼5000만원에 달한다”며 “사업소가 바듯이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묵박 처리 비용은 매우 큰 부담”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묵박은 도토리 100㎏을 가공하면 약 63㎏이나 나오는 등 발생량이 매우 많다는 것도 문제라는 설명이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묵박은 ‘지정폐기물(그밖의 식물성 잔재물, 51-17-29)’이다. 지정폐기물이란 ‘사업장폐기물 중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하지만 식물성 유기물이어서 생분해가 가능한 묵박을 지정폐기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게 판교농협의 주장이다. 이에 묵박을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농업이나 토질 개선을 위해 재활용하는 유형, R-5-4)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용주 조합장은 “지금이야 묵박을 돈 주고 처리하는 실정이지만 예전에는 소에 먹이기도 했고 퇴비 원료로도 쓰는 유용한 농업 자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판교농협이 국가공인시험검사기관인 FITI시험연구원에 의뢰해 묵박의 성분을 검사한 결과 중금속 같은 성분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묵박을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로 전환하면 농업분야에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례로 블루베리 상토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판교면 인근 마산면은 블루베리 주산지인데, 이곳 농가들은 피트모스와 펄라이트·톱밥 등을 섞어 상토를 만든다. 이 중 피트모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가격도 1동당 36만원 정도 들어 싸지 않다.

이 소장은 “블루베리는 산성 토양이어야 잘 자라는데 서천군농업기술센터가 시험한 결과 묵박의 수소이온농도(pH)는 4.5 정도로 블루베리 재배에 적당한 수준”이라며 “묵박을 실제로 블루베리 상토 원료로 사용하면 농가 경영비 절감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