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의 ‘3막 2장’… 전 세계에 오직 130대만 달린다 [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오픈 스포츠카인 ‘유토피아 로드스터’ 선보여
고전적 디자인에 첨단 기술의 결합으로 눈길
올해도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선보인 새롭거나 특별한 모델들이 행사를 빛냈다. 직접 현장을 찾지는 못했지만 여러 매체의 기사에서 다뤄져 눈길을 끈 차로 파가니 유토피아 로드스터가 있었다. 유토피아 로드스터를 만든 파가니 아우토모빌리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동차 애호가들에게는 초호화 스포츠카 브랜드 가운데에서도 개성이 남다르다는 인식이 뚜렷하게 박혀 있는 브랜드다.
파가니는 이른바 ‘하이퍼카’, 즉 슈퍼카를 넘어서는 수준의 특별한 차라는 말이 어울리는 제품을 내놓는 몇 안 되는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 몇 년간 럭셔리카와 슈퍼카 판매가 급증한 우리나라에서도 파가니의 차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정도다. 인증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지만 워낙 희소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 차가 생산된 이후 꾸준히 생산량이 늘었음에도 파가니가 한 해에 만들 수 있는 차는 여전히 50∼60대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아무나 살 수 없는 차를 만드는 곳이다.
생산 모델 구성도 단순하다. 한정 생산이 원칙인 만큼 대개 한 모델을 내놓고 예정된 생산량을 채울 때까지 생산이 이어진다. 그러나 소량 생산 업체 대부분이 그렇듯 생산 중 업그레이드된 모델이 추가되거나 구매자의 요구에 맞춰 맞춤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후속 모델을 공개한 뒤에도 한동안 이전 모델이 함께 생산되기도 한다.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요소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기어 레버, 기계식 시계를 연상케 하는 계기, 각종 스위치에서 엔진 커버와 서스펜션 등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들에 모두 정교하고 섬세한 가공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담았다. 기능과 부위에 따라 알루미늄, 티타늄 등 여러 종류의 특수 금속이 쓰이는데 모두 정교하게 설계하고 가공됐다. 이와 같은 미학과 기술의 결합은 파가니가 짧은 역사에도 독보적 입지를 차지하고 많은 애호가를 낳으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지붕은 떼어내 가방에 접어 넣을 수 있는 직물제 소프트톱으로 이 역시 고전적 오픈카의 멋이다. 그러나 단단한 재질로 만든 하드톱도 씌울 수 있어 하나의 차에서 세 가지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 지붕을 벗기면 드러나는 실내는 금속과 가죽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데 그 사이에는 탄소섬유 복합 소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는 첨단 기술, 특히 복합 소재에 대한 창업주 호라시오 파가니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오랫동안 첨단 복합 소재를 다뤄온 파가니는 유토피아에 40가지가 넘는 복합 소재를 폭넓게 쓰고 있다. 특히 탄소 티타늄 섬유 복합 소재 같은 특별한 소재를 씀으로써 차체 구조의 강도를 높이면서 무게를 크게 줄였다. 그 덕분에 설계 변경을 통해 일반적으로 지붕이 없는 차를 만들 때 필요한 보강재를 쓰지 않고도 쿠페와 거의 같은 무게를 유지할 수 있었다. 유토피아 로드스터의 건조중량은 1280㎏으로 비슷한 성격의 다른 차들과 비교해도 한층 더 가볍다.
가벼운 차체에 강력함이 어우러지면 뛰어난 성능을 얻을 수 있다. 유토피아 로드스터는 바탕이 된 유토피아는 물론 앞서 나온 모든 파가니 차와 마찬가지로 메르세데스-AMG가 만든 엔진의 힘으로 달린다. 게다가 자동차 업계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V12 엔진을 얹고 마찬가지로 사라져가고 있는 수동변속기를 선택 사항으로 마련했다는 점이 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 역시 기계를 다루는 느낌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전통적 자동차 애호가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이렇듯 유토피아 로드스터는 오늘날을 대표하는 ‘달리는 예술품’ 중 하나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파가니는 이 차를 세계 주요 지역에서 인증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일단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 도로에서도 번호판을 달고 달릴 수 있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돈으로 약 46억 원에 이르는 310만 유로의 기본값은 제쳐놓더라도 단 130대만 생산될 이 차의 주인이 되려는 전 세계 사람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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