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산고끝에… 정약용의 시 134편, 영문판으로 태어나다

사지원 기자 2024. 8. 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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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책 출간을 계기로 영미권에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조선의 한시들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한시를 모아 영문으로 번역한 시선집 '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자서전(A Confucian Autobiography of Tasan Chong Yagyong·사진)'의 저자 홍진휘 번역가(61)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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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 100선 영문번역 사업 일환
네덜란드 국제학술출판사서 펴내
한형조 교수-홍진휘 번역가등 협업
“조선 한시 매력 알리는 계기 됐으면”

“영문책 출간을 계기로 영미권에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조선의 한시들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한시를 모아 영문으로 번역한 시선집 ‘유학자 다산 정약용의 자서전(A Confucian Autobiography of Tasan Chong Yagyong·사진)’의 저자 홍진휘 번역가(61)는 이렇게 말했다. 다산이 결혼하러 한양 가는 배를 타던 1776년부터 75세가 된 1836년까지 60여 년 동안 그가 쓴 시 중 수작 134편을 골라 담았다. 번역된 한시 원문은 1817행, 한자 수는 총 1만4408자에 달한다.

이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 고전 100선 영문 번역 사업’(현 한국학술번역사업) 지원을 받아 올 4월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국제학술출판사 ‘브릴(BRILL)’에서 출판됐다. 전근대 한국 문학을 통틀어 한 인물의 시를 모아 영문으로 번역한 단행본이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보와 도연명 등 중국 유명 문인들의 한시는 이미 영미 문화권에서 널리 번역돼 읽혀 온 것과 달리 한국은 영역된 인물 시선집이 없었다. 홍 번역가는 “한시 영역이 워낙 까다로워 연구자가 많지 않은 데다 한국 한문학의 위상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출간을 계기로 영미권 연구자들이 다산의 한시를 기존 중국 한시 연구들과 비교해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홍진휘
책은 10여 년간의 ‘산고(産苦)’ 끝에 나왔다. 시작은 지난달 작고한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2014년 홍 번역가에게 “함께 다산 시선집 영역 출간에 도전해 보자”고 제안한 것. 이후 홍 번역가와 한 교수, 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장이 팀을 꾸린 뒤 매달 모여 다산의 한시를 읽고 토론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동아시아 언어’ 박사 과정을 10년간 공부한 홍 번역가가 영문 번역을 맡았다. 김 원장은 “토론을 통해 기존 국역본의 오류를 바로잡는 등 다산 시의 본뜻에 좀 더 가까이 간 책”이라며 “다산 선생이 국제 무대에 데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단순 영역본은 약 3년 만에 완성됐지만, 해외 출판사 측의 “시에 해설을 붙여 완성도를 높여 달라”는 요구를 반영하느라 실제 출판까지 시간이 더 걸렸다. 홍 번역가는 ‘다산의 자서전’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시의 의미는 물론이고 다산의 일생을 다루는 해설을 붙여 수년간 책을 보강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산과 관계 있는 인물 리스트도 책에 포함됐다.

책에는 다산의 인간적인 면이 많이 등장한다. 19세 때 쓴 시 ‘두치진(豆巵津)’에선 다산이 술과 고기, 생선 등 온갖 특산품이 몰려드는 장터를 보고 감탄하면서도 ‘이익을 좇는 세태’를 탓하는 이중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34세에 쓴 시 ‘탄빈(歎貧)’에선 안빈낙도(安貧樂道)에 만족하지 못하는 복잡한 심사를 읽을 수 있다. 홍 번역가는 “그동안 민족주의 시각에 의해 ‘구국(救國)’의 실학자로만 알려진 이미지를 잠시 뒤로 하고 다산의 소소한 삶을 제대로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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