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가장 귀한 금은 바로 ‘지금’

경기일보 2024. 8.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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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니 가을의 기운이 느껴진다.

"폐하께서는 지금 무엇을 가장 바라십니까."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도 알렉산더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금 가운데 가장 귀한 금은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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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여 스님 보리선원

입추가 지나니 가을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침저녁으로 조금 선선해진 날씨에 기분이 좋아진다. 음력 8월은 오행으로 볼 때 금(金) 기운이 왕성하다. 금속은 딱딱하고 밀도가 높은 성질이 있다. 금 기운이 왕성한 이 시기에는 모든 만물도 이제 왕성한 성장을 멈추고 단단하게 안으로 응축해 결실을 맺는 때다. 지수화풍, 흙과 물과 햇볕과 바람의 기운으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기나긴 시간이 열매로써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 24절기로는 백로(白露)가 들어있는 때다. 일교차가 커져 밤을 지새운 풀잎마다 하얀 이슬이 맺힌다고 해서 백로이니 본격적으로 가을을 체감하는 절기다. 벼 이삭도 이 무렵에는 여물어야 하기 때문에 ‘백로가 지나서는 논에 가볼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왕성하게 성장해야 할 때 성장했기 때문에 밀도를 응축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때에 맞게 성장하고, 익어가고, 열매를 맺는 것이 마치 우리의 인생과 같다.

가을은 한 호흡 쉬어가기에 좋은 계절이다. 힘껏 달리기만 했다면 한 번쯤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알렉산더와 디오게네스의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는 천하를 정복할 당시 아테네에 이르렀다. 모든 사람이 정복자 알렉산더에게 무릎을 꿇었으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를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알렉산더는 직접 그를 찾아 나섰는데, 가서 보니 한 늙은이가 몸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머리는 언제 빗질을 했는지 산발한 채 나무통 옆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디오게네스를 쳐다보았으나 철학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둘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디오게네스가 물었다.

“폐하께서는 지금 무엇을 가장 바라십니까.”

“그리스를 정복하길 바라네.”

“그리스를 정복하고 난 다음에는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마도 소아시아 지역을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 다음은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마 온 세상을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러면 그 다음은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그렇게 하고 나면 아마 그때쯤이면 쉬면서 인생을 즐기겠지.”

“이상하군요. 왜 지금 당장은 쉬지 못합니까.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습니다. 당신은 곧 이 말을 실감하게 될 겁니다.”

철학자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언제 쉴 수 있을까. 계속 달려가기만 하기에는 인생은 매우 짧고 무상하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도 알렉산더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나를 채우면 둘을 채우려고 하고 둘을 채우면 셋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채우려고만 하는 탐욕 때문에 마음은 늘 괴롭고 공허하다.

이제는 밖으로만 치닫던 마음을 안으로 돌려 스스로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채우려고만 했던 탐욕심 때문에 가려진 진짜 마음으로 돌아보기 위해 잠시 멈추고 호흡해보자.

‘금 가운데 가장 귀한 금은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지금 실재하고 있는 우리 자신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다. 이 순간 이 자리에 진정한 주인공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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