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세워라”

헌재, 탄소중립법 헌법 불합치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대해 29일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2031년 이후 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지 않아 미래 세대의 환경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이날 결정에 따라 정부는 2026년 2월까지 해당 법 조항을 고쳐야 한다.

헌재는 이날 청소년 기후 단체와 영유아 등이 낸 ‘기후 소송’에서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제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시행령으로 감축 계획을 40%로 설정하고 있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까지 감축 목표만 있고, 2049년까지 어떤 정량적인 감축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보호 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는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헌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정부 목표가 국제사회 기준에 미치지 못해 시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기후 단체들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도별∙부문별로 매년 감축하기로 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도 합헌이라고 봤다. 다만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 재판관은 기본계획으로는 ‘40%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그러나 위헌 의견 정족수(6명)를 못 채워 합헌 결정이 났다.

이번 결정은 아시아 첫 기후 소송으로 주목받았다. 앞서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도 국가의 기후 대응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