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수사검사 탄핵, 전원 일치로 기각
헌법재판소는 29일 비위 의혹 등을 제기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에 대한 탄핵안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작년 12월 탄핵안이 발의되면서 이 검사는 약 9개월 동안 직무가 정지돼 있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등 자기 쪽을 수사한 검사들을 황당한 이유로 탄핵하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검사에 대해 민주당이 제기했던 여러 의혹은 이날 헌재 판결로 모두 깨졌다. 이 검사 관련 의혹은 작년 10월 김의겸 전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대검에 대한 국정감사 때 처음 제기했고, 이어 민주당은 처남의 마약 수사 무마, 대기업 고위 임원에게 향응 접대, 처가 소유의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관련 증인 사전 면담 등 6개 의혹을 탄핵 소추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헌재는 “일부 의혹은 사유가 특정되지 않았고, 검사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가 소유의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의혹 등 형식적 적법성을 갖추지 못한 의혹들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헌재는 또 김학의 사건 관련 증인을 재판 전에 만난 것과 관련해선 “부당한 회유나 압박을 했다고 볼 수 없고, 증인신문 전 면담을 금지하는 법령이나 규정도 없다”고 했다. 대부분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법 위반 자체가 아닌 의혹들이어서 탄핵 사유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일부 재판관들은 별개 의견으로 “의혹 일부는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헌재 판결에 대해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번번이 막히는 것은 근거 없는 의혹으로 검사 직무를 멈추게 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했다. 한 여권 인사는 “민주당이 탄핵을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결국 국회의 입법권을 당대표 수사를 막으려고 방패막이로 쓴 것”이라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인사들을 수사한 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등 검사 4명에 대해서도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탄핵안은 결국 실체 없는 의혹에 탄핵 소추 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헌재는 29일 이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하며 “탄핵 소추 사유가 특정되지 않았고,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의혹도 포함됐다”고 했다. 결국 현직 검사가 9개월 동안 월급은 받으면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추가로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관련 수사를 한 검사 4명에 대해 또 탄핵을 추진 중이다.
◇“직무 관련성 없고, 탄핵 사유도 특정 못해”
이 검사에 대한 탄핵 심판은 그를 둘러싼 여러 비위 의혹이 실체가 있는지, 검사로서 직무 집행과 관련이 있는지 등이 쟁점이었다. 헌법 65조 1항은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주당이 탄핵 사유로 든 비위 의혹 6개에 대해 헌재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이 검사의 범죄 경력 무단 열람, 대기업 임원에게 향응 접대, 처가 소유의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처남 마약 수사 무마 등 4가지에 대해선 “행위의 일시·대상·상대방 등 구체적 양상, 직무 집행과의 관련성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심판 대상이 될 만큼 사실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녀 위장 전입 등은 검사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검사의 지위에서 이뤄진 행위가 아니어서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김학의 전 법무차관 관련 사건 증인을 따로 만난 부분에 대해선 “부당 회유나 압박을 했다고 볼 수 없고,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등 수사하면 타깃... 의혹만으로 탄핵 추진
이날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선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줄줄이 탄핵하려는 것은 결국 민주당이 사법 리스크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 검사는 작년 9월 수원지검 2차장검사로 부임하면서 이 대표 관련 수사를 총괄하는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이 대표 부부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수사를 지휘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탄핵 소추를 당한 것이다.
이 검사뿐 아니다. 민주당은 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등 검사 4명에 대해 지난달 2일 당론으로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어 해당 검사들을 국회에 불러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히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 검사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엄 검사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을 각각 수사했다. 강 검사는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사건과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했고, 김 검사는 송영길 전 대표가 연루된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수사했다.
이 검사 4명에 대해 민주당이 내놓은 탄핵 사유도 단순 의혹에 불과한 수준이다. 박 검사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게 허위 진술 강요, 검찰청사 내 대변 추태 등을, 엄 검사는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과 관련해 허위 진술을 강요한 점 등을 사유로 들고 있다. 강 검사와 김 검사도 위법한 언론 압수 수색, 코바나콘텐츠 협찬 의혹 봐주기 수사 등이 탄핵 소추 사유다.
◇이정섭 비위 의혹은 검찰 등 수사 중
한편 이 검사와 관련된 여러 비위 의혹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각각 수사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 검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작년 11월 검찰과 공수처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이 검사의 처가 소유 골프장 등을 압수 수색했다. 작년 12월엔 의혹을 폭로한 이 검사의 처남댁 강미정(조국혁신당 대변인)씨를 조사했고, 지난 4월 마약 투약 의혹을 받는 처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업체도 압수 수색했다.
이와 별개로 공수처도 고발 사건을 수사4부(부장 이대환)에 배당했다.
☞검사 탄핵의 요건
헌법 제65조는 검사 등 법률이 정한 공무원의 경우,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가 탄핵을 소추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는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을 때 탄핵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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