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왕후 옷이 중국 복식? 티빙 첫 사극 ‘우씨왕후’ 고증 논란

백수진 기자 2024. 8. 3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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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첫 사극 ‘우씨왕후’ 고증 논란
드라마 ‘우씨왕후’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왕후 우희(전종서)가 입은 황색 옷이 중국풍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티빙

토종 OTT 티빙의 첫 사극 ‘우씨왕후’가 공개 전부터 고증 논란에 휩싸였다. 고구려 고국천왕의 부인이자 형사취수혼으로 두 번이나 왕후에 오른 우희(전종서)가 주인공으로, 제작비 3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를 모았다. 8부작 중 29일 공개된 1~4회에는 갑작스러운 왕의 죽음 이후, 시동생 중 한 명과 결혼해 자신의 부족을 지키려는 우희와 그를 뒤쫓는 세력들의 추격전이 펼쳐졌다. 고구려의 기백을 보여주려던 기획 의도와 달리,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중국풍’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왕과 왕후의 황색 의상이 중국 황제를 연상시키고 ▲국상 을파소의 5:5 가르마와 상투관이 중국식이라는 지적이다. ‘우씨왕후’의 심현섭 의상감독은 “의상에서도 고구려의 강인한 정체성을 보여주려 했고, 비주얼을 위해 멋을 부리긴 했지만 ‘중국풍’이라는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심 감독은 ‘왕의 남자’ ’관상’ ‘사도’ 등 다수의 사극 영화에서 의상을 맡았다.

목가리개 등 고구려의 특징을 살린 고국천왕(지창욱)의 갑옷. /티빙

① 황색은 중국 황제의 색깔?

왕위를 둘러싸고 벌이는 다섯 부족의 지략 싸움은 고구려판 ‘왕좌의 게임’처럼 보인다. 심 감독은 한국의 전통 색인 오방정색(황·청·백·적·흑)을 다섯 부족에 각각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광개토대왕비에도 “(하늘이) 황룡(黃龍)을 보내어 내려와서 왕을 맞이하였다”는 내용이 있는 만큼, 우주를 상징하는 황색을 강력한 왕권의 상징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황제가 황색 옷을 입은 것은 후대의 일이고,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2세기에 중국 황제는 오히려 검은색 옷을 입었다”고 했다.

드라마는 고국천왕(지창욱)이 한나라에 뺏겼던 땅을 되찾기 위해 현도군을 공격하는 대규모 전쟁 장면으로 시작된다. 고구려 갑옷의 특징인 목가리개나 날개 장식 투구는 고분 벽화에 그려진 복식을 그대로 재현했다. 왕의 황금갑옷은 실제 기록에 기반해 금색 옻을 칠해 제작했다. 심 감독은 “고구려 갑옷의 주요한 특징인 바지 갑옷도 만들었고, 투구의 형태나 갑옷의 질감까지 최대한 기록을 따랐다”고 했다.

티빙 측은 고구려 갑옷의 특징인 목가리개에서 영감을 받아 을파소(김무열)의 상투관을 제작했다고 해명했다. /티빙

② 을파소의 복식이 중국식?

관료들은 고구려 전통의 고깔형 모자 ‘절풍’을 쓰고 등장하는 반면, 을파소만 중국 사극의 관모와 유사한 상투관을 써서 논란이 불거졌다. 전통 복식 문화 전문가인 채금석 숙명여대 의류학과 명예교수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형태”라면서 “한국 드라마는 이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고증에 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했다.

티빙 측은 “형태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고구려 갑옷의 특징인 목가리개와 삼족오(다리가 세 개인 까마귀) 문양을 조합해서 디자인한 상투관”이라고 했다. 일부 네티즌은 고구려는 왼쪽 옷깃을 안으로 넣는 좌임(左袵) 방식을 따랐지만, 을파소는 중국식인 우임으로 옷을 여몄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며 연구에 따르면 고구려에는 좌임과 우임이 혼재했다.

공영방송도 다큐멘터리도 아닌 OTT 드라마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우씨왕후’는 정통 사극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퓨전 사극이다. OTT라서 가능한 높은 수위로 파격적인 베드신과 잔혹한 액션 장면이 다수 포함됐다. 심 감독은 “역사적 고증에만 집착하다 보면 시청자의 눈높이를 따라가기 어렵다. 사료를 기본으로 하되 상상력을 보태 전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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