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족이 먼저인 조직 문화… 여러 육아 지원 못지않게 큰 복지죠

윤상진 기자 2024. 8. 3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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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 낳게 하는 일터]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본사에서 직원들과 크리스토프 하만(뒷줄 오른쪽에서 셋째) 대표의 가족들이 함께 활짝 웃고 있다. 한국머크는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주 2회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에겐 최대 1500만원을 지원한다. /박상훈 기자

한국머크 바이오파마(한국머크)에서 근무하는 김욱(42)씨는 지금까지 열 살 아들의 유치원·학교 입학식과 참관수업을 놓쳐본 적이 없다.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쭉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유연근무제는 오전 7~10시에만 출근한다면 근무시간 중간에 휴식 시간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맡은 업무만 끝내면 시간 사용에 대해선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덕분에 김씨는 오후에 하는 학교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회사에 ‘아이가 먼저’라는 분위기가 퍼져 있어, 여러 출산, 육아 혜택을 포함해 마음 편히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문화가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곳 직원들은 저출생 완화를 위한 회사의 여러 제도 중에서도 “가족을 우선하는 문화야말로 가장 큰 복지”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머크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다. 항암·난임 치료제를 주력으로 판매한다. 1989년 한국지사가 설립됐는데, 회사의 가족 친화적 분위기가 점점 소문이 나며 최근엔 다른 국내 최상위 제약사에서도 이직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한국머크는 우수한 인재들을 뽑으려면 일과 가정 모두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방침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올해 4월 한국머크는 서울시가 선정하는 ‘일·가정 양립 우수 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한국머크에선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 한 통이면 모든 것이 ‘오케이’다. 직원 윤정현(38)씨는 이달 초 두 살 아들이 고열 증세를 보여 출근 시간에 회사 대신 소아과로 향했다. 상사에게 이를 알리자 “아이가 먼저니 편하게 보고 오라”는 답이 돌아왔다. 맡은 일은 아이를 챙긴 뒤 처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윤씨는 “가족 관련 일이라면 회사가 배려를 해주니, 못다 한 일은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근무시간을 기록하는 내부 시스템이 따로 있지만, 가족 관련 일이라면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

한국머크에선 재택근무(주 2회)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 제도가 직원들이 가장 만족하는 복지 제도다. 직원들도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 사용을 ‘기본값’으로 여긴다고 한다. 또 필수 회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업무 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팀원들마다 업무 시스템에 각자 근무 시간표를 블록처럼 채워넣으면, 팀원들이 모두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회의를 잡는 식이다.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자녀 육아를 할 수 있도록 계획한 시간표를 최대한 존중해주는 것이다. 두 제도 모두 미리 시간을 정해놓고 사용하지만, 급하게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일이 생기면 정해진 시간 외에도 언제든 시간을 뺄 수 있다.

덕분에 장기 근속 중인 ‘워킹맘’이 많다. 전체 직원 100명 중 여성은 49명인데,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높아진다. 임원 15명 중 9명(60%)이 여성이다. 자녀를 키우는 여성 임원이 많기 때문에 여성 직원들 사이에선 ‘출산을 하고 복귀해도 커리어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한다. 황지현(39)씨는 2016년 입사한 뒤 첫째 아이를 낳았고, 현재는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출산 이후 국내외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등 자신이 원했던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황씨는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워킹맘 임원이 많아 아이를 가질 때도 커리어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머크에선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맘 편히 떠날 수 있도록 임신 사실을 보고하는 즉시 대체 업무 인력을 구해준다. 인수 인계 기간을 감안해 인사팀에서 휴가 45일 전까진 대체 인력을 투입해준다. 출산휴가 전에 미리 회사 내에서 업무와 인력을 조정한다.

광범위한 난임 치료 지원도 제공한다. 한국머크는 올해 초부터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을 위해 ‘가임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직원들이 받는 모든 종류의 난임 치료 비용을 지원한다. 배란 유도 주사·난임 검사 등 의료비는 물론 생식세포(정자·난자) 냉동 비용까지 준다. 직원들은 재직 기간 최대 1500만원까지 모든 난임 관련 치료 및 시술 비용을 받을 수 있다. 비용 지원은 직원의 배우자(사실혼 포함)까지 적용된다. 난임 치료를 고려 중이거나 진행 중인 직원들에겐 심리 상담을 제공해주고, 작년부턴 직원 대상 건강검진에 ‘난소 나이 검사’ 항목을 추가해 받을 수 있게 했다.

한국머크에선 임원들부터 적극적으로 육아 관련 제도를 사용한다고 한다. 관리자급부터 제도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가족 친화적인 회사 문화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프 하만 대표 역시 주 1회 재택근무를 한다. 그는 “제도를 갖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 편히 제도를 사용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론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매일 회사에 나온다면 직원들도 재택근무를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머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복지 제도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 대표와 임원들은 주기적으로 직원들과 ‘점심 모임’을 하면서 제도에 대한 의견도 듣는다. 한국머크 관계자는 “지금은 사용률을 추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든 직원이 유연근무·난임 치료 등의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지속 가능한 일터의 핵심이 조직 문화에 있다고 보고, 앞으로도 이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들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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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저출생 완화를 위해 일·가정 양립과 남녀 고용 평등에 앞장선 기업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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