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원→880원→864원... 쿠팡이 불 지른 가을꽃게 ‘최저가 전쟁’
29일 오후 이마트는 가을 꽃게 100g당 가격을 864원(신세계 포인트 적립 시)으로 추가 인하 결정을 했다. 지난 8일 사이 이마트의 꽃게 가격은 2번이나 내렸다. 지난 21일 950원으로 발표했는데, 24일 수도권 주요 점포에서 880원에 팔았고, 이날 또 16원을 낮춘 것이다. 이날 오전에는 롯데마트가 기존 가격(893원)에서 22원을 낮춘 871원에 팔겠다고 밝혔다.
가을 꽃게를 놓고 ‘10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을 꽃게 시장은 산지(産地)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하고, 신선하게 매장으로 배송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자본력과 냉장 배송 시스템을 갖춘 대형 마트의 독무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쿠팡이 기존 대형 마트와 달리 산지에서 소비자 집으로 바로 배송하는 방식으로 가을 꽃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쿠팡이 주도하는 이커머스 업계에 공산품 등의 주도권을 빼앗긴 지 이미 오래됐는데, 이제 꽃게 같은 제철 신선 품목까지 내주다가는 설 자리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 ‘10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고 일어나면 가격 달라져
꽃게 금어기(6월 21일~8월 20일)가 끝난 직후인 지난 21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 3사는 일제히 꽃게 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행사 카드 등을 적용한 꽃게 100g당 가격은 이마트 950원, 롯데마트 893원, 홈플러스 990원이었다. 지난 24일 이마트가 수도권 주요 점포에서 전단에 표시된 가격보다 싼 880원에 꽃게를 팔면서 최저가 경쟁에 불을 지폈다. 숨죽이고 있던 쿠팡은 대형 마트보다 나흘 늦은 25일 100g당 890원에 팔겠다고 밝혔다.
쿠팡의 꽃게 행사 시작과 함께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가격은 요동쳤다. 롯데마트는 29일 오전 기존 가격에서 22원을 낮춘 871원에 팔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롯데마트가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은 ‘더 싼 데 있으면 나와봐!’였다. 이때 이마트가 나섰다. 이날 오후 이마트가 롯데마트보다 7원 싼 864원에 팔겠다고 반격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대형 마트의 최저가 경쟁을 지켜보고 있는 쿠팡이 곧 더 싼 가격을 선언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왜 가을 꽃게를 두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을 꽃게는 대형 마트엔 오랜 기간 효자 역할을 해왔다. 통상 10월까지 판매되는 가을 꽃게는 연간 꽃게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꽃게는 ‘제철에 먹어야 제맛’이란 이미지가 강해 모객 효과가 큰 데다 물량을 확보하려면 산지 네트워크 등이 중요해 대형 마트가 유난히 강점이 있는 품목이었다”라며 “대형 마트들에는 가을 꽃게 행사에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고 말했다.
◇제철 신선 품목까지 위협하는 쿠팡
대형 마트들은 수십년 동안 연례행사였던 가을 꽃게 행사를 위해 물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산지에서 어획한 꽃게를 냉장 차량을 이용해 매장으로 배송하는 게 대형 마트의 공통된 방식이다. 대형 마트에 비해 냉장 차량 인프라가 많지 않은 쿠팡은 다른 방식으로 대형 마트의 독무대를 노렸다. 2021년부터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상품 검수, 포장, 운송장 부착을 끝내고 다음 날 새벽 소비자 집으로 배송하는 방식을 쓴 것이다. 쿠팡은 올해 꽃게 이력 추적 시스템도 도입했다. 대형 마트처럼 눈앞에서 꽃게를 직접 보고 골라 담을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꽃게 포장 박스에 붙어 있는 QR 코드에 꽃게의 생산지, 포장 일자, 생산자, 가공 업체 등 정보를 담은 것이다.
쿠팡이 판매하는 가을 꽃게는 대형 마트의 물량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형 마트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가을 꽃게의 상징성 때문이다. 가을 꽃게가 대표하는 제철 신선 식품마저 쿠팡에 빼앗겨선 생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공산품 시장을 이커머스에 빼앗기고 오프라인 대형 마트들은 신선 식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며 “쿠팡이 제철 신선 시장까지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데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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