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10] 속이 문드러진 감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애국가에 등장한다. 여기 나오는 화려(華麗)라는 단어는 ‘아름다움’이라는 순우리말로 대체 가능하다. 앞의 글자 ‘화’는 본래 꽃을 가리켰다고 한다. 꽃의 본체, 가지 등이 함께 초기 꼴을 이룬다.
식물의 가장 빼어난 부분이 꽃일 테니, 이 글자는 애초부터 ‘아름다움’을 일컫는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아예 직접 꽃을 이르는 ‘화(花)’의 본 글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로부터 파생하는 단어는 퍽 풍부하다.
뛰어남을 일컫는 정화(精華), 번성해서 고운 번화(繁華), 부귀함의 영화(榮華), 고상하며 우아한 화사(華奢) 등이 있다. 또 수도의 번성함을 경화(京華), 남녀의 결혼을 첫날밤의 멋진 촛불이란 뜻의 화촉(華燭)으로 적는다.
중국인이 제 문명적 자존심을 드러내는 글자 또한 이 ‘화’다. 스스로를 중화(中華)라고 부르며, 문화적 자긍심을 섞어 자신을 화인(華人)이라고 적는다. 전설 속 왕조 이름을 덧대 화하(華夏)라는 단어로도 정체성을 표현한다.
그러나 겉과 속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는 시선도 일찍 등장했다. 겉은 번드르르하지만, 속이 문드러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로써 등장하는 성어가 화이부실(華而不實)이다. 꽃은 달렸으나 열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다.
중국이 ‘중화’라는 자부심을 내세울 때마다 언제부턴가 이 ‘화이부실’을 떠올린다. 명대 정치가인 유기(劉基)가 속 문드러진 감귤을 사들고 “황금이나 옥돌과도 같은 겉, 그러나 속은 썩은 솜뭉치(金玉其外, 敗絮其中)”라고 뱉은 푸념의 동의어다.
본래 겉의 치장이 늘 요란했던 중국이다. 경제의 동력이 꺼져가면서 숱한 문제가 드러나는 요즘의 중국도 딱 그 모양이다. ‘꽃’에 걸맞은 ‘열매’가 생겨나지 않으니, 중국은 늘 부실(不實)과 허위(虛僞)로 비칠 때가 많다. 중국의 오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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