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됐는데 “캄보디아 경찰에 신고해라”…손 놓은 대사관
[앵커]
KBS가 캄보디아 리딩방 사기 조직의 실체를 연속 보도하자 제보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또 다른 리딩방에 감금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경우가 있었는데요, 감금 상태에서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현지 경찰에 신고하란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원동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자영업을 하던 40대 A 씨는 지난 6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했습니다.
현지 투자업체에서 계좌 간 이체 한도가 큰 법인통장을 빌려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확인차 방문한 겁니다.
[A 씨/음성변조 : "입금된 금액의 1.5%를 이제 받기로 한 거죠. 제가 직접 모든 걸 제 눈으로 확인을 해야 된다고 생각도 했고."]
그런데 도착한 곳은 중국인 총책이 운영하는 리딩방 조직이었습니다.
취재진이 방문했던 리딩방 조직의 거점과 불과 6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범죄임을 직감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조직원들이 총을 들이댔습니다.
[A 씨/음성변조 : "한 명이 옆구리에 총을 대더라구요. 총 겨누는 순간 제가 힘이 쭉 빠진거에요."]
그렇게 휴대전화와 여권을 뺏기고 감금된 A씨.
다행히 숨겨온 휴대전화가 있어 대사관에 구조를 요청했는데, 돌아온 건 '현지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는 답변뿐이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구글로 번역해서 그걸(신고를)다 일일히 하라고 그러는데. 걔네가 다 감시하고 있는데 그걸 그 앞에서 내가 신고하고 있냐고.."]
결국 A 씨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건물 6층에서 4층 발코니로 뛰어내려 일주일 만에 탈출했습니다.
그렇게 한국 대사관에 도착했지만, 더 어처구니없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새벽 6시였는데 근무가 시작된 뒤 들어오라는 겁니다.
[A 씨/음성변조 : "탈출해서 나왔다 저 좀 도와달라고 들어가게끔. 근데 기다리라는 거에요. 분리수거하는 쓰레기 사이에 숨어있었어요."]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 '취업 사기' 문제가 언급될 만큼, 리딩방 등 범죄 조직의 한국인 감금·폭행이 빈번한 상황.
하지만 교민사회에는 "대사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연락이 쇄도한다고 합니다.
[현지 교민/음성변조 : "구금되어있는 상황인데, 저한테 직접 도움을 요청하신 분이 있어요. 한인회에 물어보니깐 수십 수백 번씩 (구조요청을) 받고 있다.."]
한정된 인력으로 급증하는 취업 사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의지만 있으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사실상 인력이 한정돼 있어요.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외교부는 "한국인 피해신고 접수 시 현지 기관과 협조해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취업 사기 예방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강구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 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 정준희/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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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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