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축하난과 무한정쟁 시대

박지원 2024. 8. 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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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 사이에 이른바 '축하난' 진실공방이 벌어지던 시기 만난 한 취재원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민주당 이 대표가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난은 뜬금없이 정쟁의 소재로 급부상했다.

사흘간 서로 날 선 비난을 이어간 끝에 양측이 더 이상의 논쟁은 자제하기로 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축하난 사태는 지금 한국 정치가 마주한 '무한정쟁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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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난은 그야말로 좋은 의미로 주는 건데, 이게 이럴 일입니까?”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 사이에 이른바 ‘축하난’ 진실공방이 벌어지던 시기 만난 한 취재원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어깨를 으쓱해 보였을 뿐이지만 ‘그러게나 말입니다’라는 말이 입안을 맴돌았다.
박지원 정치부 기자
민주당 이 대표가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난은 뜬금없이 정쟁의 소재로 급부상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 측이 축하난을 전달하기 위한 연락을 피했다고 주장했고, 이 대표 측은 연락이 없었다고 맞섰다. 공방이 격화하면서 2차 영수회담은 사실상 당분간 어려워진 분위기가 됐다.

사흘간 서로 날 선 비난을 이어간 끝에 양측이 더 이상의 논쟁은 자제하기로 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축하난 사태는 지금 한국 정치가 마주한 ‘무한정쟁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당 대표 당선자에게 대통령이 축하의 뜻을 담아 보내는 일종의 유화적 메시지인 축하난마저 정쟁의 소재가 되고 만다. 소통의 수단이 돼야 할 난초 잎마저 서로를 찌를 칼로 쓰인다.

대통령의 축하난은 단순한 축하의 표현을 넘어 얼마든지 뜻깊게 활용될 수 있다. 일례로 지난달 윤 대통령은 여당 보좌진협의회 신임 회장에게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당선 축하난을 보냈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보좌진의 헌신을 대통령이 알아주고 고마워한다는 뜻이 함께 전달됐다. 대통령의 축하난은 여당 보좌진 전체에게 격려의 메시지로 작용했다.

그러나 아쉬운 건 당시 기사에도 썼듯 같은 시기 당선된 민주당 보좌진협의회장에게는 대통령의 축하난이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거부당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의 우려나 대통령이 굳이 야당 보좌진까지 챙길 필요는 없지 않냐는 일각의 의견도 타당성이 있다. 실제로 이 대표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축하난 분쟁을 보면 그런 우려도 충분히 근거 있는 것이었다고 본다. 다만 무한정쟁의 여파로 의원뿐 아니라 여야 보좌진까지 갈라져 단절된 이 시대에 대통령부터 먼저 나서서 야당 보좌진에게도 유화의 제스처를 취해 줬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잘 활용됐다면 여야 갈등의 골이 조금이라도 메워졌을지 모를 일이다.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고 끝없이 계속되는 정쟁은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돌아온다. 지난 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미디어이슈 10권4호에 실린 ‘국민의 뉴스 이용과 뉴스 회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7%가 ‘평소 뉴스가 보기 싫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는 가장 많은 63.9%의 응답자가 ‘정치적인 사건·이슈들이 너무 많을 때’라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여당이 제안한 ‘민생 정책 패스트트랙’은 간만에 반가운 제안이다. 국민의 삶은 어렵고 정책 현안은 산적한 지금, 정계가 이제는 싸움을 멈추고 민생을 위해 손을 잡길 기대한다. 정치인들이 저마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며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목놓아 외치던 그 많은 선거의 순간들을 기억한다. 민생을 위하겠다던 그 약속대로 무한정쟁을 멈추고 협치의 미학을 보여주길 바란다.

박지원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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