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우키시마호와 오래 흘린 눈물
전국서 불편한 대접 마음 착잡
서글픈 영혼 달래주지 못할망정
정치적으로 왜곡 되어선 안 돼
용산역 광장 측면에 강제노역 노동자상이 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했던 조각가 부부 김서경·김운성씨가 작업한 것이다. 갈비뼈가 드러나는 깡마른 몸과 왼손을 번쩍 들고 손차양하는 듯한 노동자의 모습은 지쳐 보인다. 오른쪽 어깨엔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소녀상의 왼쪽 어깨에 앉아 있던 새가 자유롭게 날아서 노동자의 오른쪽 어깨에 옮겨 앉기나 한 듯이, 무수한 세월이 흐른 지금에라도 그들에게 함께 누릴 자유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같다고나 할까.
한국인 생존자들은 자신들의 숱한 목격담을 근거로, 이 사고는 조선인의 보복이 두려운 일본이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죄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은 미군이 부설한 기뢰에 의한 폭발이라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승선자 명부를 최근 일본 정부가 일부 공개하기까지 하여 사건의 전말이 더욱 의뭉스럽기만 하다.
지난 8월24일엔 광복 79주년을 맞아서 우키시마호 희생자의 진혼 위령제 및 추모식이 있었다. 해저에 79년이나 매몰되어 있는 원혼들의 인권을 회복하기 위한 진혼제다. 이 행사는 부산의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추모공원에서 진행되었는데, 민간단체인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에서 14년째 추진해 왔다. 정부도 외면한 이런 행사를 민간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김영주(76) 추모협회 공동회장은 부산항 제1부두에 우키시마호 사건을 추모할 수 있는 부산 추모 평화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최근에는 외롭게 죽어간 노동자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될 수 있도록 유엔 인권위원회에 ‘우키시마호 사건 희생자의 사자 인권 회복 권고안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 일이 더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작년 4월 추모협회 임원들이 마이즈루를 다녀온 후부터다. 사건 발생지는 마이즈루만 연안에서 500m 거리이며 수심은 17m 남짓의 해저인데, 아직도 수천 명의 유골이 매몰되어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설렜을 한국인 강제 노역자들과 그 가족이 이유도 모른 채 수장된 마이즈루 앞바다. 그 해변에는 추모탑이 있다. 죽은 아이를 한 팔로 껴안고 넋 나간 듯 서 있는 조선 어머니의 추모상은 여태 눈물을 글썽이며 그날의 비극을 증명하고 있다.
이미 작고하신 아버지 노트에서 나는 이런 구절을 읽은 적 있다. “16세인 1944년 2월12일 어린 나이에 일본 군인들에게 징용당해 2개월16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무사 귀환했지만, 이런 것이 그때의 현실이었다. 나약한 조국의 피해자인 징용 노동자들의 영혼을 여태 달래주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미안하고 안타깝다. 마이즈루에 그곳 주민들이 세운 추모탑이 있어서 우리가 우키시마호 사건을 깊이 자각하는 것처럼, 강제노역 노동자상이 미래 세대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지 그 추모상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천수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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