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금투세, 선동 말고 분석을 하자

기자 2024. 8. 2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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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 상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상장주식이나 공모주식펀드를 양도·상환·환매·해지 등으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연 5000만원을, 해외 주식이나 사모주식펀드 등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250만원을 공제하고, 공제액을 초과하는 금융투자소득에 20% 세율, 공제 후 소득이 3억원을 초과하면 25% 세율로 과세한다.

금융투자소득은 손실은 제외한 순이익을 의미하며, 또 지난 5년간 손실액을 이월 공제받을 수도 있다. 금투세는 분리과세이므로, 금융투자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종합소득세 대상에선 제외된다. 따라서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근로소득세에 비해 세부담이 현저히 낮다.

2022년 주식과세 수입 현황을 보면, 상장주식의 경우에 거래세 수입이 8조4000억원인 데 반해, 양도세 수입은 1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는 이른바 ‘대주주’에게만 적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연말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주식 한 종목 지분율 1% 이상 또는 보유액 50억원 이상인 주주를 대주주라고 세법상 부르고 있다. 따라서 금투세 도입은 거래세율을 낮추고 투자소득 과세 대상을 넓히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여야 합의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금투세 도입은 금융상품 간 과세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은행 저축 이자와 주식 배당 소득에 대해선 14% 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또 2000만원이 초과되면 종합소득세율을 적용한다. 즉, 이자·배당 같은 금융소득엔 거래세는 없으나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가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상품 간 이런 비대칭적 과세 구조는 투자자들의 금융상품 선택에 왜곡을 초래하고, 상대적으로 유리한 과세를 받는 금융상품에 이른바 ‘규제 차익’이 발생해 금융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2023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는 2022년 12월 법 개정으로 2년간 유예됐고, 이제 2025년 시행 예정이다. 그러나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선동이 도를 넘고 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한국 주식시장은 폭락할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를 주장한다.

이런 공포 마케팅의 근거로, 대만이 1989년 금투세 도입 발표 직후에 주식시장이 36% 하락했다는 사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금투세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1998년 일본 사례도 있다. 오히려 대만보다 일본이 우리 상황과 더 유사하다. 금투세 도입이 결정된 2020년 12월2일 전후 3일과 5일의 코스피 종가 평균을 비교해 보면, 금투세 도입 이후에 코스피 종가는 오히려 더 올랐다. 이와 반대로, 금투세 유예가 결정된 2022년 12월22일 전후 3일과 5일의 코스피 종가 평균을 비교해 보면, 유예 결정 이후에 코스피 종가가 더 떨어졌다.

그렇다면 금투세 도입으로 영향을 받을 주식 투자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가용한 자료를 이용해 어림잡아 계산해 볼 수는 있다. 상장주식 5억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연 10% 이상 수익을 낸다는 가정하에, 금투세 적용을 받을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1%에 해당하는 약 14만명이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또 이들이 개인 보유금액의 53%를 차지하고, 5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34.4%라는 비공식적 자료도 있다. 예탁결제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의 주식보유액 비중은 전체 시가총액의 28%이고,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0.5%의 개인 투자자들이 전체 개인 보유금액의 49.4%를 차지한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이 과거 1주당 10억원 이상 보유로 강화됐을 때도 주식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음을 고려하면, 주식을 5억원에서 10억원 사이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금투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데, 이들의 주식 보유비율은 전체 시가총액의 1%(=(53%-49.4%)×28%) 수준이다. 50억원 보유자까지 확대해도 이 비중은 약 5.2%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예상한 상장주식 금투세 수입은 1조5000억원으로, 2022년 대주주의 상장주식 양도세 1조9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금투세 적용대상 주식보유액이 그리 많지 않음을 추론할 수 있다.

금투세 시행을 넉 달 앞두고 정책의 불확실성과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세금보다 불확실성과 정책 불신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과학적 분석을 제시하는 것이지, 막연한 선동이 아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선동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입장을 명확히 정해 금투세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상인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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