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귀신이 오염된 물을 정화한다는 신박한 상상[그림책]
김동수 글·그림|창비|68쪽|1만6000원
‘오늘의 할 일’이라는 평범한 제목을 지어놓고선 물귀신이 아이를 ‘납치’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능청스러운 그림책이다. 하지만 물귀신이 아이를 데려가는 이유를 알고나면,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제목이 아주 시급한 이야기로 들린다. 기다란 머리채를 늘어뜨린 물귀신들의 ‘할 일’은 바로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물가에서 캔, 과자봉지 등 쓰레기를 놀이 삼아 건져올리던 아이의 나뭇가지 끝에 기다랗고 검은 물건이 걸린다. 비닐봉지인가 싶지만 바로 다음 장, 눈이 퀭한 물귀신의 머리채가 쑤욱 수면 위로 올라온다. 물귀신은 아이를 데리고 물속 나라로 간다. 물귀신은 사실 아이를 납치한 게 아니다. 갈수록 오염되는 물을 정화하느라 바쁜 물귀신 나라에 일손이 부족해 하루 동안 ‘특별채용’한 것. 아이에게 아기 물귀신들을 돌보고, 일귀신들의 휴식과 훈련을 돕고, 어린이 물귀신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노는 ‘오늘의 할 일’이 주어진다.
김동수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따스한 시선으로 물귀신 나라를 그려낸다. 서로 몸을 맞대고 오염된 물을 들이마시고 정화한 후 머리카락 끝으로 깨끗한 물을 쏟아내는 물귀신들, 머리카락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 아령을 들고 물구나무를 서는 등 체력 훈련을 하는 모습에서는 인간이 오염시킨 물을 정화하느라 애쓰는 자연의 노고가 느껴진다.
아이에게 주어진 ‘할 일’이 아기 물귀신과 일하다 지친 물귀신들을 돌보는 일이란 점도 인상적이다. 막대한 쓰레기를 한꺼번에 치우는 것과 같은 일시적이고 가시적인 ‘일’ 대신, 자연의 노고를 지켜보면서 이들의 회복을 돕는 ‘돌봄’이 아이에게 주어진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서로 돌봄으로써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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