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세 번째 ‘소통’…달라진 게 없다

박순봉·유새슬·유설희 기자 2024. 8. 2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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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방향 어떻게
83분 회견, 취임 후 ‘최장’…기존 기조 재확인 그쳐
영수회담·김건희 의혹·한동훈 갈등에 ‘방어적 답변’
의·정 갈등 “노력”…“뉴라이트 잘 몰라” 논란 회피
“질문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다 물을 마시고 있다. 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29일 기자회견은 형식상으론 소통 강화에, 내용상으론 국정기조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긴 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하며 소통 강화 의지를 보였지만,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기존 국정운영 기조는 수정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등 민감한 문제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야당에서 “불통 회견”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후 세 번째 기자회견을 했다. 집무실에서 오전 10시에 국정브리핑을 41분간 진행한 뒤,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해 기자들의 자유 질문에 80여분간 응답했다. 질문을 한 기자는 총 19명이다.

질의응답 시간은 83분으로 앞선 두 차례 회견보다 길었다. 2022년 8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34분,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72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분기에 한 번씩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총선 패배 이후 각종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국정브리핑을 여는 등 언론 직접 소통을 늘려온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용 면에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날 회견에서 국정기조 변화를 언급한 대목은 없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정부도 노력하고 국민들도 좀 강력히 지지를 해주면 비상진료체계를 통해 의사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 등 운영 차질에 대해 한 대표 등 여당에서도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관리 가능하다’는 대통령실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셈이다.

채 상병 특검법,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등에는 두루뭉술하거나 방어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 대표가 제안한 채 상병 특검법 제3자 추천안에 대해선 “지금 수사가 잘되고 있다”며 “국회 청문회에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특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데 무게를 실은 답변이다. 한 대표 추천안에 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것과 관련, “수사 처분에 대해서는 제가 언급하지 않는 게 맞다.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김 여사 특혜 조사 논란에 대해 “모든 조사는 원칙적으로 임의 조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조사 방식과 장소가 정해질 수 있다”고 방어했다. 지난 5월9일 기자회견 때와 사실상 같은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뉴라이트 인사’ 임명에 대한 질문에는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며 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직후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넉 달이 넘도록 총선 전부터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사안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긍정적인 면을 본다면 남은 2년6개월 국정운영에 대한 큰 그림을 잘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의료 현장을 가보라고 얘기했는데 국민들이 실제로 현장에 가봐야 할 사람이 누구냐고 반문하지 않겠느냐”며 “다소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는 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의료대란 문제에 대해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순봉·유새슬·유설희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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