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없는 의·정 갈등…응급실은 “붕괴 직전” 발 동동
응급의학의사회 회장 “상급병원 응급실 대부분 역량 반토막”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의료계가 당장 내년도 의대 증원부터 유예하라고 맞서면서 의·정 갈등이 끝없이 장기화하고 있다. 응급실을 중심으로 현장 의료진은 “붕괴 직전”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세종시의 유일한 국립대 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날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다음달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추석 연휴 무렵인 다음달 16일 오전 8시부터 19일 오후 6시까지는 응급실을 24시간 가동하지만 이 기간 외에는 9월 내내 오후 6시~다음날 오전 8시에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정상 진료한다.
병원 측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충원 때까지 한시적으로 야간진료를 제한하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교수 3명과 촉탁의(계약직) 12명 등 15명으로 운영되던 응급의료센터에서는 최근 교수 1명·촉탁의 3명이 사직한 데 이어 9월1일자로 촉탁의 4명이 추가 사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대목동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당직 근무를 전문의 한 명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이 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지금 혼자서 응급실을 보고 있어 전화를 할 시간도 없다”며 “이 상황 자체가 현재 응급실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7명 전원도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의 순천향대병원과 단국대병원 등도 진료를 제한하고 있다. 서울 ‘빅5’ 병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정부 입장은 (응급실) 문만 열려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으니 붕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100곳 대부분이 절반 이상 역량이 떨어졌다”며 “환자가 제대로 치료·수술을 받지 못하고 죽으면 그게 붕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이) 틀린 방향이면 멈춰서야 한다”며 “지금부터 멈춰도 되돌리는 데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를 정도로 이미 망가져 있다”고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2025학년도 증원을 유예하고, 2026학년도 정원에 관해서는 과학적이고 합리적 추계를 하면서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라”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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