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등 현안 속 ‘진보 교육감’ 하차 “법원 결정 존중하지만…기막힌 현실에 회한”

김원진 기자 2024. 8. 2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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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유죄 확정
10년 만에 교육청 떠나며 손인사 전교조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지시 혐의로 직을 상실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대법원의 유죄 확정 선고 후 서울시교육청을 나서며 직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전교조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10년간 이어온 직을 내려놓게 됐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중도 퇴진한 세 번째 서울시교육감이다. 조 전 교육감이 ‘진보’를 표방하며 내세웠던 서울시 교육 정책도 오는 10월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에 1인 시위 등을 하며 대응했던 조 전 교육감이 물러나면서 학생인권조례 유지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전 교육감은 29일 대법원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해직교사를 복직시켰다는 이유로 교육감이 해직되는 이 기막힌 현실에 회한이 없을 수 없지만, 법원 결정은 개인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존중하고 따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민과 서울교육공동체분들께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조 전 교육감은 대법원 선고 직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사를 나와 직원, 장애인 학부모단체 대표 등과 짧게 인사를 나눈 뒤 자신의 은색 소나타를 타고 떠났다. 그는 후임 교육감이 이어갔으면 하는 정책을 묻는 질문에 “17년 만에 특수학교 2개를 만들고 지금도 특수학교 2개 신설이 진행 중”이라며 “장애 학생, 다문화 학생이 인재로 성장하는 데 전혀 부족함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학자이자 시민운동가 출신인 조 전 교육감은 재임 시절 스스로를 ‘진보 교육감’으로 칭했다. 그는 원고를 퇴고하면서 진보 교육감이라는 표현을 직접 넣었다고 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시민단체 참여연대를 만든 멤버이기도 하다.

조 전 교육감이 진보를 표방하며 추진한 정책에는 서울형 혁신학교, 고교 무상교육 도입 등이 있다. 생태교육을 강조하고 농촌유학을 도입하기도 했다. 정의로운 차등이라는 슬로건 아래 17년 만에 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를 설립했다. 2021년에는 서진학교가 문을 열였고, 2027년과 2029년에는 각각 동진학교, 성진학교가 학생을 받는다.

조 전 교육감은 자신의 공약을 둘러싸고 다양한 입장을 보였다. 자사고 폐지는 자사고 지정취소 형태로 추진하면서 이대부고, 중앙고 등 학교 측과 소송을 벌이다 모두 패소했다. 반면 본인이 사교육 억제 방안으로 내세웠던 학원일요휴무제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며 제도 도입에 신중했다.

2022년 시작한 세 번째 임기에서는 서울시의회와 자주 충돌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된 뒤 안전, 노동, 생태 등과 관련된 교육 예산이 다수 삭감되기도 했다.

진보 교육감을 표방하면서도 노동, 젠더 이슈에서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5월 학교 내 급식조리사의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급식조리사 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서울의 한 중학교가 이슈가 되었을 때 서울시교육청은 로봇팔 도입 등 임시방편만 제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21년 7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칭해 논란이 일자 뒤늦게 사과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선고 직후부터 설세훈 부교육감의 교육감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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