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져 있던 SK하이닉스 사고쳤다”...6세대 D램 개발 성공, AI 반도체 질주
1년여만에 세계 첫 6세대 개발
속도 11%↑, 전력비 30%↓
위기에도 R&D·수평조직 등
‘최태원 뚝심 투자’ 성과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위기였지만 연구개발비(R&D)에는 ‘통 큰 투자’를 지속한 덕분에 기술개발과 함께 실적개선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4조1800억원으로 매출액의 12.8%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조3000억원을 연구개발에 쓰면서 첨단 기술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05년 2분기 90나노급 공정으로 D램을 양산했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미세공정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2017년 4분기에는 10나노급 1세대(1X) D램을 양산했다. 반도체업계는 10나노대 D램부터 세대별로 알파벳 기호를 붙여 호칭하고 있으며 1x(1세대), 1y(2세대), 1z(3세대), 1a(4세대), 1b(5세대)에 이어 1c는 6세대 기술이다. 메모리 선폭을 뜻하는 나노 수치가 작아질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소비전력은 줄어든다.
이날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세계 최초 1c DDR5 D램은 극자외선(EUV) 기술을 활용했고 직전 세대인 1b D램 플랫폼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이를 통해 공정 고도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1b의 강점을 가장 효율적으로 1c로 옮겨갈 수 있었다. 또한 EUV 공정을 최적화하고 신소재를 적용해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설계 기술 혁신도 병행해 직전 세대인 1b보다 생산성을 30% 이상 향상시켰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D램 기술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미세공정의 난이도가 극도로 높아졌으나, 업계 최고 성능이 입증된 5세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계 완성도를 높여 가장 먼저 기술한계를 돌파해냈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데이터센터에 주로 활용될 SK하이닉스의 1c DDR5의 동작속도는 8Gbps(초당 8기가비트)로, 이전 세대 대비 11% 빨라졌다. 전력효율은 9% 이상 개선됐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글로벌 고객들이 SK하이닉스 1c D램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면 전력 비용을 이전보다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SK하이닉스는 최고 성능의 극미세화된 6세대 메모리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AI 반도체 주도권을 끌고간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개발이 예상되는 7세대 HBM4E 등에 1c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김종환 SK하이닉스 D램 개발담당 부사장은 “최고의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충족시킨 1c 기술을 차세대 HBM, LPDDR6, GDDR7 등 최첨단 D램 주력 제품군에 적용하면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D램 시장 리더십을 지키면서 AI 메모리 솔루션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1997년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한 엔지니어 출신 전문가이다. SK하이닉스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열린 토론을 통해 D램 미세공정 기술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가 흔들림없이 반도체 연구개발에 계속 투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 최 회장은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가 HBM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AI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효과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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