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비호 업고…서안 이스라엘 정착민 폭력도 선 넘었다
정부가 무기·자금 지원 …1270회 공격으로 640명 숨져
가자지구선 유엔 구호 차량에 또 총격…식량 이동 중단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주민들을 겨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 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미국 정부가 이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비호하며 사실상 폭력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28일(현지시간)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극단적이고 조직적인 폭력을 저지른 책임을 물어 이스라엘 정착민 단체 1곳과 개인 1명을 상대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정착민 그룹은 남쪽 헤브론 일대에서 활동하며 베두인과 주민들을 상대로 폭력 행위를 일삼아온 단체 ‘하쇼메르 요시’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민간단체지만 최근 몇 년간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왔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 단체가 지난 1월 서안지구 키르벳 자누타 마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250명이 강제 추방당한 뒤 이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무장한 채 마을에 울타리를 치고 주민들을 막았다고 밝혔다.
미국이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민과 단체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인을 제재하는 행정 명령을 냈고, 잇따라 제재 대상을 발표해 왔다. 제재 조치는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 입국 비자 제한, 자금 지원 제한 등 돈줄과 물류를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프랑스와 호주 등 다른 서방국가들과 유럽연합(EU)도 폭력을 일삼아온 극단주의 정착민 단체 등에 대한 무더기 제재를 연이어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거듭된 비판과 경고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을 강하게 비호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 정부의 새 제재 조치가 발표되자 “이스라엘 시민에 대한 제재 부과를 극도로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와 논의 중”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 기존 주민들과 정착민 사이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정부가 나서 정착민들을 무장시키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향한 폭력 행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유엔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후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공격한 횟수는 1270회에 달하며, 주민 640명이 이스라엘군과 정착민 공격으로 숨졌다.
도 넘은 폭력과 영토 약탈로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국내 첩보기관인 신베트의 수장이 정착민들의 폭력 행위가 이스라엘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를 국가가 부추긴 ‘테러 행위’라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전날 오후 구호품을 실은 호송 트럭과 함께 이동 중이던 WFP 소속 구호 차량 1대가 와디 가자 다리의 이스라엘 검문소 인근에서 최소 10발 이상의 반복적인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WFP는 “이번 전쟁 중 (구호 차량에 대한 공격이) 처음 발생한 사건은 아니지만,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필요한 승인을 받았음에도 WFP 차량이 검문소 근처에서 직접 총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으나, WFP는 직원 안전을 위해 가자지구 내 이동을 잠정적으로 전면 중단했다. 가자지구 내 식량 상황이 가뜩이나 심각한 상황에서 그나마 피란민들의 ‘생명줄’ 역할을 했던 구호 손길마저 묶여버린 것이다.
지난 4월에도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의 구호 차량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구호 활동가 7명이 숨졌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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