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밥캣 ‘흡수합병’ 철회…신설 법인·밥캣 합병은 그대로

“주주·시장 부정적 의견 강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를 분할해 만든 신설법인에 두산밥캣을 붙인 후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하는 방안은 유지한다.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로 가져가는 지배구조 개편안의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29일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을 철회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후 공시를 통해 “양사의 포괄적 주식교환의 필요성 및 적절성과 관련한 주주 설득 및 시장 소통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주 및 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강한 상황”이라며 “현시점에서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지 않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의 철회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백지화는 아니다.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로 두산에너빌리티에서 투자회사를 분할해 신설한다. 이때 두산에너빌리티가 46%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신설법인에 붙인다. 2단계로 이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두산밥캣 주식을 두산로보틱스 신주와 교환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다. 그리고 두산밥캣은 상장폐지한다.

두산그룹이 철회한 부분은 3단계다. 1단계와 2단계 방안을 유지하기로 해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한다. 이 경우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가 46%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가 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4일과 이달 26일 두 차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분할합병·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하며 두산그룹을 압박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금감원의 정정요구 사항을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주총회 등의 일정도 재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5일 예정된 양사의 주총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