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사업기회 몰아주기’ 제동 거나
“유사제도·외국 사례 등 연구 필요”…적극적 법 집행 여부 주목
총수 일가에게 이익을 몰아주려는 목적의 사업 기회 제공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SK의 사업 기회 제공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관련 제재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를 계기로 공정위가 적극적인 법 집행에 나설지 주목된다.
29일 조달청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대한 범위와 법 적용을 위한 연구’를 주제로 한 용역을 발주했다. ‘사업기회 제공’은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 개인회사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며 유망한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배경에 대해 “사업기회 제공행위에 대한 공정한 법 집행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사제도와 판례, 외국사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기회를 어떻게 볼 것인지, 사업기회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총수 일가 사익편취의 여러 유형 중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것에 대한 심결례와 판례 등은 쌓였지만, 사업기회 제공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법 집행 실적이 저조하다. 그동안 공정위가 사업기회 제공으로 제재한 경우는 제도 도입 이후 DL과 SK 관련 두 차례에 그친다. 공정위는 2019년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에 호텔 브랜드 상표권을 출원하도록 한 혐의로 이해욱 대림산업(현 DL) 회장과 대림산업, 오라관광을 제재했다. 대림은 이런 결정에 불복했지만, 지난해 대법원에서 이 회장에 대한 벌금형이 확정됐다.
반면 SK의 사업기회 제공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올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패소했다. 2021년 당시 공정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한 것은 SK(주)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SK가 잔여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을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회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공정위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도 총수 일가에 사업기회를 몰아줬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7월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우전지앤에프를 사업 연관성이 적은 더클래스효성이 인수한 것을 두고, 사업기회 제공 의혹이 짙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더클래스효성은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에스씨가 최대주주인 회사다. 경제개혁연대는 “법 위반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업내용이나 지분구조 등으로 볼 때 회사기회 유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번 연구를 통해 사업기회 제공행위의 정의와 범위, 사업기회 제공과 관련해 유사제도와 해외사례도 분석할 계획이다. 상법에서도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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