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의 얼굴’…삶에 녹아든 유머[책과 삶]
에릭 와이너 지음 |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484쪽 | 2만2000원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 100달러 지폐의 얼굴’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유명한 미국의 정치인(1706~1790)이다. 에릭 와이너가 쓴 <프랭클린 익스프레스>를 통해 그의 생애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면 이런 표현들은 그를 설명하기에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 과학자, 발명가, 작가, 인쇄업자 등 여러 직업을 가졌던 그를 수식할 수 있는 말은 많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유머러스한 사람’일 것 같다.
프랭클린은 다독가에 글 쓰는 것을 즐겼다. 일찌감치 학교를 그만두고 형이 일하던 인쇄소에서 인쇄 기술을 배웠고, 20대 중반에는 필라델피아에서 인쇄업체도 차렸다. 그가 낸 출판물 중 가장 잘된 것은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이라는 시리즈였다. ‘겸손하고 가난하며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점성술사 리처드 손더스’는 그가 꾸며낸 가상의 인물이었다. 프랭클린은 필라델피아의 퀘이커교도인 타이탄 리즈가 ‘미국 연감’을 발행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를 겨냥한 1호 연감을 발행했다.
여기엔 리즈가 1733년 10월17일 오후 3시29분에 사망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리즈는 당연히 이를 보고 불같이 화를 냈는데, 황당하게도 이 일로 리즈의 연감이 타격을 입어 결국 폐간한다. 프랭클린의 연감은 이틀 만에 초판 1000부가 다 팔렸다. 당시 모든 가정집에 반드시 있는 책으로 ‘성경’과 함께 이 연감이 꼽힐 정도였다고 한다.
무엇이든지 ‘쓸모’를 중요하게 생각한 프랭클린은 유머도 수단으로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연감을 웃기게 만든 이유는 “다른 책을 거의 사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교훈을 전달하는 좋은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저자는 유머에 대한 프랭클린의 태도를 탐구하며 침묵을 두려워한 나머지 말도 안 되는 유머를 늘어놓고, 난처한 상황은 그냥 웃어넘기려는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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