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 미국 노동자들의 생존 투쟁…2024년의 ‘빵과 장미’는 안녕한가[책과 삶]
브루스 왓슨 지음 | 홍기빈 옮김 | 빵과장미 | 544쪽 | 2만9500원
영국 거장 켄 로치의 영화 <빵과 장미>(2000)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빌딩 숲에서 투명인간처럼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그린다.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건너온 이들 노동자는 영화 제목 그대로 생존을 넘어 인간답게 살 권리를 말한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빵)와 풍요로운 문화를 즐기는 삶(장미)을 합친 ‘빵과 장미’는 노동자들의 염원을 담은 상징이자 하나의 기호로 100년 넘게 활용돼왔다. 그러나 정작 ‘빵과 장미’가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빵과 장미>는 ‘빵과 장미 파업’으로 알려진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렌스 파업의 역사를 상세히 다룬 책이다. 2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목숨 걸고 참여한 이 파업은 미국 노동운동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승리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매카시즘이 득세한 시기를 거치며 잊히거나 왜곡됐다. 파업이 일어났던 로렌스에서조차 쉬쉬하는 시간이 오래 이어졌다.
<빵과 장미>는 반공주의에 의해 각색되기 이전, 진짜 로렌스의 모습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탈리아, 독일 등 세계 51개국에서 ‘약속의 땅’ 미국으로 온 노동자들이 서툰 영어로 연대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를 돌보았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인데도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마치 1912년 태평양 건너 로렌스시 한복판에 떨어진 듯 생생하다.
500쪽이 훌쩍 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의 책이다. 하나의 파업을 재구성하는 데 460쪽 넘는 분량을 할애했다. 교차 검증된 방대한 양의 사료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브루스 왓슨이 썼다. 그는 100여년 전 로렌스의 시공간을 완벽히 재현함으로써 2024년의 ‘빵과 장미’가 안녕한지 묻는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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