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보장보다 지속가능으로 기운 윤석열표 연금개혁

2024. 8. 2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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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노인은 가난하고 청년은 믿지 못하는 지금의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 및 군복무 기간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것으로 인정하고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법률에 명문화하겠다고도 했다. 개혁의 3대 원칙으로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을 제시했다. 21대 국회 폐막과 함께 중단된 국민연금 논의 물꼬가 다시 트인 것은 반갑고 의미 있다.

윤 대통령은 연금 구조개혁 구상으로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을 앞세웠다. 보험료를 올리되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의 인상률을 높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청년들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중장년층에 더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20·30대도 소득이 많은 사람이 있고, 50대도 비정규직은 소득이 적다. 국민연금의 기초가 세대 간 연대와 소득 재분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세대 갈라치기’ 발언은 국민연금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자동 안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급여액과 수급개시 연령 등을 조정하겠다는 의미인데, 지금과 같은 저출생 추세가 지속되면 급여가 줄어들 가능성은 높고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지난 국회에서 시민들은 공론화를 통해 ‘더 내고 더 받는 연금’으로 뜻을 모았고, 이를 토대로 여야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기로 1%까지 모수개혁의 차이를 좁혔다. 하지만 그 과정에 정부안을 내지도 않았던 대통령의 구조개혁 구상이 더해져 연금개혁은 사회적 합의까지 험로가 불가피해졌다.

다른 국정 분야에서도 윤 대통령의 개혁엔 물음표가 달렸다. 민생이 최악인데 내후년엔 국민소득 4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의료현장이 마비된 지 오래인데, 의대생 증원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엉뚱한 얘기를 했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놓고 학부모·교사들의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는데도 이를 교육개혁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반노동·극우·막말’로 악명 높은 김문수씨를 임명하고 노동개혁 운운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초 구체적인 보험료율 인상폭과 소득대체율 등을 담은 국민연금 정부안을 발표한다.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교육·의료·노동 분야의 제도 개혁 대부분은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현실과 동떨어진 윤 대통령 구상과 마이웨이식 국정 운영을 국회가 바로잡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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