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유튜브와 집밥
요리사로 일하면 “무엇을 만들어 먹을까 하는데 조리법 좀 알려달라”는 말을 듣는다. 어디서 어떤 음식을 맛있게 먹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많았다. 언젠가부터 그런 말을 거의 듣지 않게 됐다. 유튜브 덕분(?)이다.
아프리카 수단이나 콩고, 아시아의 타지키스탄 같은 나라의 요리법도 유튜브로 금방 찾을 수 있다. 노하우가 생기면 더 세밀하게 검색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수단 음식이라고 해도 해당 음식의 조리법을 배운 ‘다른 민족’이 올린 타이틀인지 아니면 수단 사람이 올린 것인지 비교하게 된다. 더 나아가, 그 나라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요리법인지 또는 그 민족이라고 해도 외국에서 사는 사람이 만든 요리인지 따져볼 수도 있다. 어떤 음식은 요리 기술도 중요하지만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채롭게 세계의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게 유튜브다.
유튜브의 음식 타이틀이 끼친 파급은 아마도 ‘전문 주방에서 만들거나 특별한 노하우의 음식을 나도 해먹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것 아닐까 싶다. 그 수준은 차치하고 장안의 고급 평양냉면을 만드는 법도 꽤 나와 있고, 스테이크 굽는 법은 동서양의 온갖 전문가들이 조리법을 올려놓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서 해먹는 소 허벅지살 바비큐 제조법을 우리가 안방에 앉아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유튜브에 나오는 조리법은 노하우로 먹고사는 식당 전문가들을 움찔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마디로 ‘밥벌이 노하우’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까닭이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돈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온라인에 음식조리법을 올려서 수익을 내는 방법이 없지는 않았지만, 유튜브처럼 명료하고 확실한 수익 기술을 제안해주는 건 없었다. 유튜버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좋은 레시피 공개가 필수적이다(물론 낚시용 엉터리 레시피도 엄청 많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문가의 조리법 공개가 더 큰 인기를 끌 것 같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식당 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조리법에 더 많은 시청자가 몰린다. 이를테면 어머니나 할머니라고 불리는 분들이 손맛으로 올리는 내용에 열광을 한다. 계량법도 좀 엉성하고 조리방식도 체계적이지 않아 보이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가정식의 장점이 되어 사람들을 편안하게 유인하는 듯하다. 그러니까 집밥이 제일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아이를 덜 낳고, 결혼도 잘하지 않는 시대가 오면서 우리 집밥의 맥도 끊어지고 있다는 게 ‘민족’의 고민이었다. 공장 음식과 편의점 제품이 우리의 밥상을 채울 것이라는 걱정도 적지 않았다. 나물은 누가 무치고 청국장은 누가 띄우며 김치는 누가 담글 것인지 하는 시대적인 불안을 유튜브가 어느 정도 메워주고 있다고 할까. 참 생각지도 못했던 세상의 변화다. 물론 유튜브가 저 돈 벌자고 하는 일이지만 말이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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