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코치서 선수로…보수단체 70여명, 방송·정책기관 진출

박강수 기자 2024. 8. 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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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⑦ 5개 언론사 공동기획
공언련 등 4개 언론단체, 여당 주최 언론세미나 단골
‘가짜뉴스’ ‘공영방송’ 키워드로 비판언론 옥죄는 전략
공언련 19명 등 보수단체 71명 35곳 언론기관 포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로 구성된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논란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 전후 생겨난 보수 성향 언론단체 인사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조망해왔다. 공동취재팀은 이들 단체 목록과 활동 내역, 소속 인사 관련 데이터를 모아 연결망을 그렸다. 이들은 여당과 국회 세미나를 열어 ‘공영방송 정상화’(방송장악), ‘가짜뉴스 근절’(비판 언론 탄압)의 논리적 근거를 생산하고 공론화에 앞장섰다. 이들 단체 소속 인사 71명이 언론·미디어 관련 기관과 방송사 이사회 등 35곳에 진출해 ‘방송장악’의 실행자 구실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 국회 세미나에서 머리 맞댄 ‘그 단체들’

보수 단체들과 여당의 긴밀한 ‘공생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창구는 국회 세미나다. 공동취재팀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지금까지(2022년 4월1일~2024년 8월1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세미나 3981건 자료를 수집했고, 이 가운데 뉴스·방송·신문·저널리즘·괴담 등 언론 관련 키워드가 포함된 79건에 참여한 단체와 인물을 분석해 관계망으로 펼쳤다. 이를 더불어민주당 주관 세미나 그룹과 국민의힘 주관 세미나 그룹으로 나눈 뒤, 이 중 2회 이상 중복적으로 세미나에 참여한 단체나 인물로 범위를 좁히면 민주당 그룹에서는 거의 국회의원밖에 남지 않지만, 국민의힘 그룹에서는 보수 단체·인사들이 대거 등장한다.

국회 세미나 참여자 가운데 3회 이상 중복으로 참여한 인사·단체만 남긴 연결망. 왼쪽 아래 파란색이 민주당 중심 그룹, 오른쪽 빨간색이 국민의힘 중심 그룹이다. 민주당 그룹에서는 대부분 국회의원(파란 점)들만 남아 있는 데 반해, 국민의힘 그룹에서는 의원(빨간 점) 외에도 공정언론국민연대, 새미래포럼, 미디어미래비전포럼 등 여러 단체와 소속 인사(회색 사각형과 원형 점)가 확인된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갈무리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피면 미디어미래비전포럼과 자유언론국민연합이 각각 9회로 가장 많이 참여했고 새미래포럼 6회,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5회 순이었다. 이 4개 단체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매달 번갈아가며 여당의 정책세미나에 참여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가짜뉴스·괴담방지특위, 미디어정책조정특위 등 조직과 윤두현, 홍석준, 권성동, 김장겸, 김기현 의원 등이 자주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미래비전포럼 대표와 공언련 고문을 지낸 김장겸 의원, 새미래포럼 고문 출신 김기현 의원 같은 정치인과 이들 단체 사이 연결고리도 짙었다.

■ ‘가짜뉴스 근절’과 ‘공영방송 정상화’

이들 4개 단체가 참여한 세미나는 ‘가짜뉴스’, ‘공영방송’을 핵심 주제로 삼은 경우가 많았다. 가짜뉴스 관련 세미나는 6건으로 ‘가짜뉴스 괴담, 무엇을 노리나?’(2023년 8월22일), ‘가짜뉴스 근절 입법 청원 긴급 공청회’(2023년 9월19일) 등 언뜻 ‘가짜뉴스 방지책’에 관한 일반론을 다룬 듯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판 언론 옥죄기’의 성격이 짙게 드러난다. 예컨대 ‘가짜뉴스를 통한 선거공작 어떻게 막을 것인가?’(2023년 9월11일) 토론회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를 다뤘다. 윤재옥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선거공작을 위한 가짜뉴스를 만들면 패가망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을 다룬 세미나도 9건이다. ‘공영방송 정상화, 좌표와 전략’(2023년 4월21일), ‘공영방송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2023년 7월20일) 등 주로 여당의 관점에서 현 문화방송(MBC) 등의 상황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노영방송 해체’, ‘민영화’ 등 이른바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총체적 난국과 혁신 방향 토론회’(2022년 4월12일)에 발제자로 나선 황근 선문대 교수는 “언론노조가 장악한 방송은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없다”며 “새 집권 여당은 어떤 형식이든 언론노조를 퇴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와이티엔(YTN)에 대해서도 “정부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며 민영화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시 대표가 지난해 8월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짜뉴스·괴담, 무엇을 노리나? 산업이 된 가짜뉴스’에서 김장겸 특위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세미나에서 논의된 ‘가짜뉴스’ 근절과 공영방송 정상화 방안 등은 윤석열 정권의 미디어 정책 기조를 뒷받침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가짜뉴스심의센터를 발족한 데 이어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에 과징금 중징계를 내렸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 2인만으로 운영되며 지난해 공영방송 이사 물갈이를 추진했다. 앞서 여러 세미나에 참석하며 ‘언론노조 퇴출’ 등 공영방송 정상화 방안을 주장했던 황근 교수는 윤 대통령이 남영진 한국방송(KBS) 이사장을 해임한 뒤 보궐이사로 한국방송 이사회에 들어갔다.

■ ‘언론장악’ 네트워크, 믿고 쓰는 ‘인력풀’

여당 세미나 단골 발제자이자 새미래포럼 부회장 출신인 황근 교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들 보수 단체 인사는 여권의 ‘싱크탱크’ 노릇을 했을 뿐 아니라 직접 미디어 기관에 진출해 ‘선수’로 뛰기도 했다. 지난달 ‘이진숙 방통위’에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문화방송 대주주) 이사로 임명됐으나 이후 법원에서 선임 효력이 정지된 윤길용 이사는 새미래포럼 발기인 출신이고, 한국방송 신임이사에 선임된 이인철 변호사, 선거방송심의위원을 거쳐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 임명된 최철호 이사장, 민영화 이후 와이티엔 초대 대표가 된 김백 사장, 그리고 이진숙 방통위원장 등은 공언련 출신 인사다.

공동취재팀은 윤석열 정권 들어 이들 보수 단체 출신 인사 71명이 미디어 관련 정책기관과 방송사 등 35곳에 진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 사람이 여러 자리를 거쳐 간 점을 고려하면 미디어와 유관기관 35곳의 171개 자리에 공언련, 새미래포럼,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 미디어연대 등 단체 출신 인사가 대거 진출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단체인 공언련과 새미래포럼을 중심에 놓고 보면, 공언련에서는 19명이 방통위, 방심위, 한국방송 이사회 등 7개 기관에 진출했고, 새미래포럼에서는 9명이 방통위, 방심위, 방문진, 교육방송 이사회 등 6개 기관에 진출했다. 이 중에는 두 단체에 모두 속한 인물들도 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이 그린 보수 성향 단체와 미디어 관련 기관 사이 연결망.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미디어 관련 국가기관과 방송사에 진출한 보수 단체 출신 인사를 연결했다. 노란색이 보수 단체, 옥색이 정부기관과 방송사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 하단 참조. 인터랙티브 페이지 갈무리

이들 단체는 지난 2~3년 사이 집중적으로 출범하고 여당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공직 진출까지 이뤄냈다는 점 외에도 핵심 인사나 사무실 주소 등을 공유하는 특징도 보인다. 인물 사이 관계망을 그려보면 크게 공언련 중심 그룹과 새미래포럼 중심 그룹으로 나뉜다. 두 단체를 구심점으로 여러 단체 소속 인사들이 겹쳐 있는 것이다. 새미래포럼 그룹 소속 인물들은 자유언론국민연합, 가짜뉴스 뿌리뽑기 범국민운동본부에도 함께 속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세 단체는 모두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3층에 주소를 두고 있다. 같은 인물이 각 단체 집행위원장과 사무총장을 겸하는 등 임원도 겹친다.

※ 8월30일 오전 10시25분 수정
한겨레는 8월29일 ‘언론장악 코치서 선수로…보수단체 70여명, 방송·정책기관 진출’ 기사에서 그래픽을 통해 김성수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출신으로 표기하여 보도했으나, 김성수 위원은 공언련과 관계가 없는 동명이인으로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공동취재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2022년 4월1일부터 올해 8월16일까지 국회에서 진행된 세미나 3981건을 바탕으로 신생 보수 단체·인사 명단을 추렸고, 이들 단체와 외부에서 같이 활동하거나 핵심 인사를 공유하는 단체들을 찾아 자료를 보강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인사, 국회의원, 교수 등 1868명과 193개 단체·기관의 자료를 수집했고, 핵심이 되는 151명, 52개 단체를 바탕으로 ‘언론장악 네트워크’ 연결망을 그렸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박상희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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