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미디어 '요직' 카르텔 관계망 최초 분석

박재령 기자 2024. 8. 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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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⑧] 5개 언론사 공동기획
미디어 기구 포진한 시민단체 SNA 데이터 분석
서로 다른 이름들의 단체들, 알고보니 '같은 주소'
특정 인물·단체가 주도한 미디어 정책 방향 목표는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21일(현지시간) 뉴욕대학교에서 열린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가짜뉴스가 자유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가짜뉴스는 하나의 대규모 산업이 됐습니다.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 집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8월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윤 대통령께서도 어제 광복절 기념식에서 가짜뉴스가 자유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가 있습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8월16일 '가짜뉴스 방치 플랫폼 공적 책임 강화' 정책 토론회)

대선 후보 시절부터 최근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보다 '가짜뉴스' 용어를 많이 사용한 인물 중 하나다. 공개 석상에서 '가짜뉴스의 폐해'를 지적하며 좌편향된 언론 지형이 거대한 가짜뉴스 산업으로 발전해 정부를 공격하는 선동 세력이 됐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이후 대통령 명예훼손을 이유로 많은 기자들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은 한 몸처럼 가짜뉴스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의힘도 가짜뉴스 관련 특별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국회에서 각종 세미나, 정책 토론회를 여는 등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인식에 힘을 실었다. 정부와 여당이 '합'을 맞추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특정 단체와 인사들이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탄생한 시민단체들과 소속 인사들이다. 선거에선 핵심 지지층이 되었고, 윤석열 정부 들어 논란이 거세진 이른바 '가짜뉴스와의 전쟁', '언론장악 작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활동했다. 그리고 지금은 각종 언론 유관 단체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시사IN,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로 구성된 언론장악 공동취재단은 지난 7월부터 이 단체들과 윤석열 정부의 관계를 추적 보도해왔다. 윤 대통령이 취임할 무렵인 2022년 4월부터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 관련 세미나를 전수조사해 관계망 지도를 그렸고 참석한 인물 등을 통해 네트워크 실체를 파악했다. 그 결과, 윤석열 정부와 단체들의 구체적인 관계와 역할 그리고 일종의 '패턴'이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을 움직이는 일련의 과정엔 특정한 집단과 세력이 배경에 있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과 시민단체의 '공조 그림자'… 반복된 세미나

2022년 4월1일부터 2024년 8월16일까지 열린 국회의원 정책세미나는 총 3981건. 그중 세미나 제목에 괴담·뉴스·방송·신문·언론·저널리즘 등 언론 관련 키워드가 포함된 건 79건이다.

우선 세미나에 두 번 이상 참여한 인물들의 네트워크를 그려보니, 국민의힘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 인물들과 민주당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 인물들이 확연히 갈렸다. 세 번 이상 참여한 인물끼리 선을 그렸더니 양분 현상이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 세미나에 두 번 이상 참여한 인물들의 네트워크. 왼쪽 집단이 민주당, 오른쪽 집단이 국민의힘. 클릭하시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세미나에 세 번 이상 참여한 인물들의 네트워크. 왼쪽 집단이 민주당, 오른쪽 집단이 국민의힘. 클릭하시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3회 이상 참여한 인물은 드물었다. 반면 국민의힘 관련 세미나엔 특정 인물들이 빈번하게 참석했다. 이인철 KBS 이사, 황근 KBS 이사, 윤길용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김백 YTN 사장 등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 관련 요직을 차지한 인물들이 다수 보였다.

이들은 보수성향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다. 이인철 KBS 이사는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발기인, 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으로 활동했고 황근 KBS 이사는 새미래포럼 부회장, 바른언론시민행동 운영위원이었다. 최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임명됐으나 법원 가처분으로 임명이 정지된 윤길용씨는 새미래포럼 발기인이었다. 최철호 이사장과 김백 사장은 각각 공언련 대표와 이사장을 맡았다.

이들 단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면에 등장했다. 자유언론국민연합·미디어미래비전포럼·공정언론국민연대·새미래포럼이 대표적이다. 이 4개 단체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년간 거의 매달 번갈아가며 국민의힘 세미나에 공동주최·공동주관으로 참여했다.

▲ 2022년 4월 이후 단체별 국회 미디어 세미나 주최, 주관 횟수.

취재단이 조사한 약 2년4개월(2022년 4월1일~2024년 8월16일) 동안 미디어미래비전포럼과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참여한 국회 세미나는 각각 9회였다. 새미래포럼은 6회, 공언련도 5회 참여로 3회를 기록한 한국언론정보학회,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 등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가짜뉴스'와 '공영방송'… 제목에서 드러난 의도

4개 단체(자유언론국민연합·미디어미래비전포럼·공정언론국민연대·새미래포럼)가 국민의힘과 주최·주관한 세미나는 다수가 '가짜뉴스 방지'를 주제로 했다. 일례로 2023년 8월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새미래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은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방지특별위원회'(위원장 김장겸),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위원장 윤두현)와 함께 '가짜뉴스 괴담, 무엇을 노리나?' 세미나를 주최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보도',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등 이들이 비판한 가짜뉴스는 주로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향했다.

▲ 2023년 9월 열린 '가짜뉴스 근절 입법 청원 긴급 공청회'. 공언련TV 갈무리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공영방송'이다. 4개 단체가 주최·주관한 세미나 18건 중 9건이 공영방송을 다뤘다. 좌편향됐다는 등 공영방송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공영방송 정상화 ; 좌표와 전략'(2023년 4월), '공영방송의 총체적 난국과 혁신 방향 토론회'(2022년 4월) 등 세미나 제목만 봐도 공영방송에 대한 여당의 문제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

단체 고문 맡았던 김장겸·김기현, 공동주최 세미나 주도

시민단체 관련 인물들 중엔 정계 진출에 성공한 인사도 있다.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공동대표와 공언련, 새미래포럼 고문을 맡았던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다. 지난 4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국회 입성 전 5차례, 국민의힘 의원 신분으로 2차례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관련 세미나를 열거나 참석했다. 자유언론국민연합과 새미래포럼이 주최·주관한 세미나 참여 1위도 김장겸 의원이다.

▲ 김장겸 의원과 김기현 의원. ⓒ미디어오늘, 국민의힘TV

새미래포럼 상임고문을 맡았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디어 정책 세미나를 총 3회 주최했다. 모두 새미래포럼·자유언론국민연합과 함께 열었다. 일부 언론은 새미래포럼을 김기현 의원의 언론 관련 싱크탱크로 소개하기도 했다.

공언련 관련 세미나엔 KBS, MBC, YTN 등 공영방송 출신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소수 노조에 속한 인물들이었다. 가장 많이 참석한 인물은 차기 MBC 사장으로도 거론되는 오정환 MBC 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5회)이었다. 다음으로 KBS 출신 최철호 공언련 대표(4회), YTN 출신 이홍렬 공언련 모니터단장(3회)이 이어졌다.

서로 다른 이름 복잡한 단체들… 알고보니 '같은 주소'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과정에서 이름을 드러낸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은 복잡해 보이지만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새미래포럼' 중심 그룹과 '공언련' 중심 그룹이다. 그래픽에서 왼쪽은 대부분 새미래포럼,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소속 인물들이고 오른쪽은 공언련과 그 전신인 국민언론감시연대, 불공정방송감시단 등에 속한 인물들이다.

▲ SNA 분석을 통해 파악한 시민단체 인물들 네트워크. 크게 새미래포럼(왼쪽)과 공언련(오른쪽) 중심 그룹으로 나뉜다. 클릭하시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미래포럼,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자유언론국민연합은 단체 등록 주소지가 모두 동일하다. 서로 다른 단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42, 종로빌딩 3층' 주소를 공유했다. 이들은 하나의 행사에도 주최, 주관, 후원 역할을 나눠 맡았다. 2023년 12월 열린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은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주최하고 새미래포럼이 후원했다. 이외에 자유민주국민연합, 엔지오프레스(자유연대), 한국NGO연합 등도 같은 주소지를 공유했다.

▲ 새미래포럼 홈페이지 갈무리.

단체 임원도 일부 겹쳤다. 박준식 자유언론국민연합 집행위원장·사무총장은 새미래포럼의 사무총장이었고, 신창섭 자유언론국민연합 집행위원은 새미래포럼 정책위원장이었다. 이준용 자유언론국민연합 대표도 새미래포럼 집행위원장이었다. 공언련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72길 11, 707호'로 주소지를 등록했다. 이 주소는 공언련의 사업조직인 공정미디어연대와, 공언련이 만든 매체인 미디어X도 함께 쓴다.

언론장악 '첨병' 역할 수행하면 미디어 기구 '요직' 주나

이진숙 방통위원장, 김백 YTN 사장,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등 공언련 출신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 아래 미디어 관련 기구·단체의 요직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과 '공조' 그림자도 짙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에서 국민의힘은 최철호 이사장(당시엔 전 공언련 대표)을 선방위원으로 추천했고 올해 하반기 재·보궐선거 선방위에서도 김대회 전 공언련 대표를 추천했다. 하반기 재·보궐선거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엔 이영태 공언련 감사를 추천했다.

▲ 시민단체 기관 진출 SNA 분석 갈무리. 새미래포럼 주변으로 자유언론국민연합 등의 유사단체 네트워크가 드러나있다.

2022년 6월 공언련 창립대회에 참석한 박성중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여러분 덕분에 선거에서 이겼다”며 “공언련 아니면 질 뻔 했다. 은혜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MBC 등 정부 비판 보도에 역대급 법정 제재를 남발해 표적 심의 비판을 받은 22대 총선 선방위 민원 대다수는 국민의힘과 공언련이 제기했다.

공언련 외에 미디어연대 출신 인사도 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미디어연대 대표를 지냈고 방심위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인 박우귀, 통신자문특별위원회 위원인 장옥님 등도 미디어연대 출신이다. TV조선 추천으로 22대 총선 선방위원을 한 손형기 위원도 미디어연대 모니터위원장이었다. 류희림 위원장은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한 '민원사주' 의혹으로 지난해 12월 권익위에 신고됐는데 이 민원들 중에는 박우귀 등 미디어연대 출신 인사들이 다수 존재했다.

이밖에 각 단체 출신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미디어 기구 자리에 진출했는지는 아래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pages.newstapa.org/2024/sna/)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 미디어오늘·뉴스타파·시사인·오마이뉴스·한겨레

취재 : 박재령(미디어오늘), 박상희·박종화·연다혜(뉴스타파),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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