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헌신만 안돼, 의정갈등 책임자 교체" 직설한 나경원…한동훈도 만났다

한기호 2024. 8. 2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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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28일) 전당대회 한달여 만에 韓과 만찬 독대한 羅
당일 오전 라디오서 "韓 중재안 찬반보단, 논의 진지해져야"
"9월까지 의정갈등 수습못한 책임자 물러나 새 협상자 와야"
韓도 "정부 판단 달리 응급실상황 심각, 중재·대안 필요"
왼쪽부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나경원 의원.<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대표 경선 맞수였던 5선 나경원 의원과 전날(28일) 독대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나경원 의원은 만찬 당일 라디오 방송에서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를 두고 "이(정부와 의료계)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책임자들은 다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한 터여서 주목된다.

이날 여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나 의원과 만찬 회동을 했다. 지난 7·23 전당대회 이후 한달여 만에 처음으로 만난 두사람은 전반적인 당 운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전대 당시 한 대표의 '나 의원의 공소 취소 부탁' 폭로로 갈등 소재가 됐던 20대 국회 시절 더불어민주당 주도 3법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 재판을 두고는 한 대표가 "잘 해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의원의 역점 의제인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대화 의제가 됐고, 한 대표는 당정갈등에 관해 대통령실과 잘 조율하란 조언도 들었다고 한다. 다만 나 의원은 당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의정(醫政)갈등으로 인한 응급의료 위기설 관련 "(의대 증원 2월 발표 후) 이 문제를 무조건적으로 끌고 와 9월이 됐는데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단 건, 관련부처 책임자들이 책임을 져야 된다"고 직언했다.

그는 "결국 여러가지, (의대 증원) 숫자의 문제뿐 아니라 전체적인 (바이탈 분야)수가의 문제라든지 종합적으로 디자인할 게 굉장히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 아직까지도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담당자·관련자는 책임져야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의료개혁의 취지가 틀린 것은 아니'라면서도 "우리가 의사들을 대표하는 여러 협회 등과 하루 빨리 제대로 된 대안에 머리를 맞대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기존 연 3058명) 증원 1년 유예안에 관해선 "중재안에 찬성한다 아니다 제가 말씀드릴 때는 아니고, 조금 더 진지한 논의들을 해야될 때"라며 "(정부 측에서) 먼저 책임자들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국민들을 힘들게 했기 때문에, 갈등을 이 정도로 오랫동안 수습하지 못했다면 책임자는 물러나야 되고 새롭게 이 논의를 시작해야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나 박민수 차관을 경질해야 하는지' 직접 거명한 질문엔 "이 정도까지 얘기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아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인 일부의 불법 이탈에 손들면 그게 국가냐'고 참모진에게 말했다는 언론 보도엔 "그 발언을 정확하게는 제가 지금 처음 들었다"면서도 "그런데 '새로운 협상자'가 온다면 저는 충분히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의료정책 라인 교체를 재차 촉구했다.

나 의원은 의료정책 설계 방향에 관해선 "숫자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전체적인 틀을 봐야한다"며 "수가문제를 고민하다 보면 결국 건강보험 문제까지 연결이 된다"고 했다. 특히 "유렵은 완전히 의료사회주의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가 되지 않는 것 아닌가. 맹장수술을 20일 안에 하게 하는 게 목표인 나라가 영국이라고 기억한다. 미국은 너무 의료자본주의라서 맹장수술 하나 하면 3000만원, 우리나라는 30만원"이라고 반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그동안 아주 좋은 의료서비스와 시스템이 이뤄진 이면에 분명히 의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며 "앞으로 의료산업도 발전해야 하고, 또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만 강조할 수는 없다. 최근에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결국 우리가 무조건적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체적인 의료정책에 우리가 더 선진적이고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해야 되는 때"라고 역설했다.

한편 한 대표는 29일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을 1시간여 앞두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저는 의료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동력은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의료개혁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지만 그 추진 과정에서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감도 잘 듣고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둔 의료 공백, 붕괴 우려에 관해선 "대안과 중재가 필요할 정도로 응급실·수술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는 '아직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저는 국민 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이견을 대조하면서도 "국민 생명과 건강은 절대적으로 우선시할 가치이기 때문에 이 앞에 '당정 갈등' 프레임은 낄 자리가 없고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는 윤 대통령 참석 없이 진행됐고, 조규홍 장관·이주호 사회부총리·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정부 의료개혁 보고 일정이 잡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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