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노동당 ‘괴뢰말 찌꺼기 자료’ 입수…“남편에 ‘오빠’ 부르지 마”

박수유 2024. 8. 2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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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외교관, 기자, 작가 등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고위층에 배포한 남한 언어 목록 자료를 채널A가 입수했습니다.

지난 해 배포된 3장 분량의 <괴뢰말 찌꺼기> 자료, 지난 2019년 배포된 16장 분량의 <쓰지 말아야 할 괴뢰말투> 자료에는 북한이 사용을 금지한 남한 언어들이 정리돼 있습니다.

한류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젊은 층에서 남한식 말투와 표현이 유행하자 북한이 자료까지 만들어 배포하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겁니다. 자료에는 남편을 ‘오빠’가 아닌 ‘여보’로 부르라고 하거나, 북한매체들에서도 종종 보였던 단어인 ‘리산가족’을 ‘흩어진 가족’으로 적으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한국의 젊은층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도 등장합니다. ‘잼나다’, '쪽팔리다’, '남친', ‘녀친’ 등을 명시하며 '재미나다', '창피하다', '남동부', ‘녀동무’로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또, ‘~네요’ 등 남한식 어미 대신 ‘~군요’, ‘~하지요’ 등 어미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북한이 언급을 꺼리는 ‘포용정책’, ‘대북정책’, ‘햇볕정책’ 등의 용어는 쌍괄호를 붙여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단어의 사용을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남한의 표현을 인용하는 식으로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남색은 ‘람색’으로, 연어는 ‘련어’로, 용마루는 ‘룡마루’로 사용하도록 하는 등 두음법칙을 엄격히 지키도록 했습니다.

한자어는 최대한 풀어서 사용하려 했는데 ‘굴미’는 ‘미국에 대한 굴종’, ‘북송’은 ‘공화국에로의 송환’, ‘대권’은 ‘대통령의 권력’, ‘촉구’는 ‘다시 강력히 요구’로 쓰도록 하는 등 남한 매체들이 종종 사용하는 정치 용어들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외래어를 퇴치하려 하면서도 이미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일부 단어는 그대로 사용하도록 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햄버거’, ‘쏘세지’, ‘스빠게띠’, ‘쏘파’, ‘와플’, ‘USB’ 등 외래어들은 북한 사회에서 사용이 가능한 규범어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는 채널A에 “한국영화 등을 주민들이 접하면서 남한말이 거의 유행어처럼 퍼지게 됐다”며 “정책작성자들도 한류에 심취되다 보니 어느 것이 북한고유의 말이고 어느 것이 남한 말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리 참사에 따르면 한국말을 자주 쓰는 행위는 한국영화를 본다는 것으로 간주되어 지방추방, 형사 처벌이 적용되고 엄중성 정도에 따라 사형에 이르기까지 강하게 처벌됩니다. 북한은 지난 해 남한식 표현들을 “박멸해야 할 괴뢰말 찌꺼기”로 규정하며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박수유 기자 aporia@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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