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증언] 비극의 사슬에 묶인 삶…변수방 할아버지의 기억
[KBS 제주] [앵커]
4·3의 역사를 증언으로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순서입니다.
변수방 할아버지는 4·3 당시 아버지가 경찰에 끌려간 뒤 행방불명됐고, 이후 종손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변수방/4·3 희생자 유족 : "누이 동생 둘 있고, 큰누이는 죽었지만 그 당시는 우리가 삼 남매. 1945년도에 해방돼서, 일본시대에 일본군이 여기 주둔도 했었고. 지식도 있고, 잘난 사람이 있었어. (아버지가) 그 양반하고 친구가 되고 동갑일 거야. 그 양반이 4·3에 연루돼서 그 양반 말을 듣다 보니까 이제 우리 아버지도 4·3에 연루됐거든. 1948년도 한 10월, 하여튼 아주 추워질 때야. 소개령이 내려서 전부 집에 불붙였거든. 옹포리로 간 것은 친척이 있어서 그 집을 빌어서 가게 된 거야. (아버지가 같이) 못 갔지. 못 갔는데 소개로 내려간 이후에 왔더라고. 그래서 아버지가 20여 일쯤 집에서 살았나. 살다가 한림지서에서 와서 잡아가니까 그 후에 행방을 몰랐어."]
[변수방/4·3 희생자 유족 : "참, 말로 표현 못 하게 고생하면서 살았어. 흉년이 들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학교 가면 폭도 자식이라고 발로 차버리고. 내가 참 힘들게 학교생활 했어. 학교도 향사, 감자공장이나 그런 곳에 가서 공부했지. 학교는 군인들 주둔하니까 학교도 다 빼앗겨버리고."]
[변수방/4·3 희생자 유족 : "우리 오촌 어른이 북국민학교 선생님을 했는데. 오현고를 와라. 오현고 와야 대학을 간다 해서 오고에 갔어. 3학년 여름방학 때 우리 오촌 어른이 불러서 밥을 사주면서 울어. 너희 아버지가 연좌제에 걸리니까, 오고 나와도 면사무소 서기도 못한다. 할아버지 도우면서 고향에 가서 살아라."]
[변수방/4·3 희생자 유족 : "(21살에 결혼해서) 가장도 되고 돈을 벌어야 할 것 아냐. 돈 벌 길이 없더라고 남의 밭 갈아주는 것만큼 돈벌이가 없었어. 소 장수 쪽으로 눈을 돌려서 여기 우리 말로 제주 소 장수 한 2~3년 했지. 육지 소 장사를 시작해서 내가 18년을 했어."]
[변수방/4·3 희생자 유족 : "(아버지가) 광주형무소 있었던 것은 몰랐는데 (나중에 알았지.) 광주법원 판결문을 보면 제주도에서 선거 반대해서 (선거) 안 했을 때 있잖아? 그때 그 (친구) 말을 들어서 내란죄에 걸리고, 또 교통방해, 그렇게 2년형을 받았더라고. 6·25가 터지니까 (간수가) 그냥 광주형무소 문을 열어버린 거야. 그러니까 그 죄수들이 다 나와서 뿔뿔이 흩어졌지. 우리 아버지하고 형무소에 있던 금악리 분이, 형무소 있다가 문 여니까 나와서 산에 오르면서 헤어지니까 (아버지를) 다시 못 봤다고. 국가에 억울한 것은 2년형을 살았으면 보내줄 책임이 있단 말이야, 국가가. 그러지를 못하고 행방불명 되어서 오늘까지 뼛조각 하나 못 찾지 않았어. (다른 분들이)재심청구를 해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더라고 우리도 하자고 해서 무죄 재심청구를 한 것이지. 형사보상법이 6개월이면 끝난다는 거야 신청할 때. 그래서 6개월이면 끝나는 줄 알았지. 그런데 (3년 지난) 여태까지 안 됐다는 말이야. (지난 세월) 원망해도 어디 가서 할 거야, 할 수가 없지. 할아버지는 내가 26살에 돌아가셔 버렸지. 가장이 됐지. 내가 8대 종손이야. 그래서 집안일은 많지. 참 어렵게 산 사람이야. 말로 표현 다 못하게 살았지."]
유용두 기자 (yyd9212@kbs.co.kr)
강재윤 기자 (jae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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