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후 위기 국가 책임’ 인정한 헌재, 기념비적 출발점 삼아야
헌법재판소가 29일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까지만 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미흡할 땐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첫 소송 제기 후 4년5개월여 만에 아시아에선 첫번째, 세계적으로도 드문 전향적인 판단을 내놓았다. 헌재 결정이 정부·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높이고 기후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2031년 이후 감축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탄소중립법 8조1항이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미래에 과도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이어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환경권을 ‘그 자체로 종합적 기본권’이라며 국민의 주요 기본권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주목된다. 현실이 된 기후위기를 직시하면서 환경권 보호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2026년 2월28일까지 헌재 취지를 반영해 강화된 기후위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헌재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규정한 탄소중립기본법 제3조1항이나,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는 기본권 침해로 보지 않고 기각했다. 그럼에도 구체적 감축목표에 대해선 재판관 9인 중 5인이 위헌으로 봤다. 정부의 연도별 감축목표도 청구인들 주장대로 미흡하며 기본권 침해 여지가 있다는 점에 다수 재판관들이 공감한 것이다.
기후위기를 모두 체감하는 현실과 달리, 그간의 정부 대응은 안일함을 넘어 후퇴해 시민들의 우려를 키웠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감축 목표의 75%를 임기 뒤로 미루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로 줄였다. 직접 감축 대신 해외 조림, 탄소포집 저장·활용 등 불확실한 방식의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였다.
세월호·이태원·오송 참사에서 목도한 것은 ‘국가의 부재’였다. 헌재의 이날 헌법불합치 결정도 ‘기본권 침해가 예상돼 보호가 필요한 위험상황’에 대한 과소보호금지 위반을 근거로 삼은 점에서 동일한 경각심과 당부를 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기념비적인 헌재 결정 정신을 깊이 새기고, 기후위기 대응 속도를 질적·양적으로 높이는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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