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 연금 받을 수 있단 확신 심어주자”...尹, 국민연금 국가지급 법제화 추진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두번째 국정브리핑에서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2007년 이후 17년 간 개혁없이 방치돼 재정 고갈 시점은 갈수록 앞당겨지고, 수급자 불만도 커지는 기형적 구조에 빠진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일침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방향성을 제시한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수급 구조를 재정비하는 한편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까지도 잡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금개혁의 3원칙으로 ‘지속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그리고 ‘노후 소득보장’을 제시했다.
우선 윤석열 정부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은 물론 자동 안정장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자동 안정장치란 연금 운용수익률, 인구구조 변동, 경제성장률과 연동해 연금 지급액이 변화하도록 만드는 것을 뜻한다.
다만 국민연금의 지속성·공정성을 불신하는 청년 세대를 위해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고 지급 보장도 명문화하는 ‘당근’을 제시했다. 노후 대비가 미비한 노령층을 위해선 기초연금을 월 30만원 수준에서 40만원으로 올리겠다 공약함으로써 세대 간 고른 소득 보장을 목표로 삼았다. 월 71만원의 생계급여를 받는 노령층은 기초연급 수급시 생계급여를 감액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추가 지급’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세대별 보험료 인상 차등화와 관련해 “예를 들어 50대 이상은 보험료율을 다음해부터 바로 올리고, 20대는 해마다 0.2~0.5%포인트씩 상향 조정해 목표치에 도달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청년층을 위해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도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층 일각에서 국민연금을 ‘폰지 사기’라 부를 정도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현행 국민연금법에는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을 ‘국민연금 재원이 떨어지면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반면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사학연금 같은 특수직역 연금에선 관련법에 ‘적자 보전조항’이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에 대해 구조적인 부분까지 다뤘다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지급보장 명문화에 대해선 과감한 조치이긴 하지만 향후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타냈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를 위해 보험료를 경감해주는 것은 고려할만하다”라며 “중년세대의 경우 보험료 납부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데 젊은 세대의 경우 납부기간이 길기 때문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다만 지급보장 명문화에 대해 “국가부채 계산 시 연금부채 충당금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며 “반영될 경우 대외신인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재정지출을 급격히 줄여야 하는 재정위기 등이 생기면 연금 급여를 삭감하는 등의 탄력적인 대응을 못해 비상 상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원과 지속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법제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러가지 충격이나 경제위기, 혹은 통일 상황 등이 벌어질 수 있다”며 “너무 법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미래 상황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셈이니 약점도 있다”고 했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자동 안정화장치에 대해 전 교수는 “기대수명이 늘어났는데 한해동안 받는 연금 급여를 그대로 둔다면 연금액이 늘어나게 된다”며 “지출은 계속 늘어나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기대수명과 연동해 연금급여를 조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용진이형 큰 아들, 세계 최고 재벌 가문과 인연”…뉴욕서 록펠러 자산운용 인턴 참여 - 매일
-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 들어갔는데…입학 첫날밤 학교서 벌어진 일 - 매일경제
- [단독] 韓日 기술력 20년새 역전 성공...호주 싱크탱크, “한국 성과에서 일본 할 일 많을 것” -
- 김태호 PD, 청담동 노후 연립주택 300억 매입…신사옥 짓나 - 매일경제
- “서울도 아닌데 무섭게 오른다” 40평 아파트가 29억…강남 닮아가는 과천 - 매일경제
- “행복한 사람으로 기억해주길”…‘명퇴’ 황정민 아나, 마지막생방서 눈물 - 매일경제
- 태풍 ‘산산’ 위력에 착륙 실패한 日항공기…국내서도 결항 잇달아 - 매일경제
- “걷기만 해도 치유 받아”...가볍게 떠나기 좋은 국내 웰니스 여행지 - 매일경제
- [단독] 두산밥캣·로보틱스 흡수합병 철회...금감원 정정 요구에 원안 수정 - 매일경제
- “5명밖에 안 뽑혔는데...” 울산 선수가 대표팀에 많이 뽑혔다? 김판곤 감독 “‘더 뽑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