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엔 ‘장애’ 없게... 시각 장애 학생 돕는다 [꿈꾸는 경기교육]

황호영 기자 2024. 8. 2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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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부권 유·초·중·고·특수학생 교육 지원
학교·지역·학년·장애등급·잔존 시력 파악
점자 교육·보행 훈련·상담 등 프로그램 운영
보조 공학·학습 기기 지원으로 교육 도와
자신감·학업 의지 ‘UP’… 세상 적응 ‘착착’
학부모 상담 통해 교육 정보 창구 역할 ‘톡톡’

2024 학교 현장을 가다 수원특수교육지원센터

시각 장애인의 사전적 정의는 ‘시각계의 손상이 심해 기능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거나 보조 공학 기기의 지원을 받아 시각적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 ‘시각 장애 학생’은 시각에 의한 학습이 곤란해 특정 광학 기구, 학습 매체를 통해 학습하거나 촉각 또는 청각을 학습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는 학생을 의미한다. 수원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이하 수원 지원센터)는 경기도교육청의 장애 유형별 특수 교육 지원 정책 중 ‘시각 장애’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통중학교에 설치된 특수교육지원센터는 경기 남부권역 각급 학교 장애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과 상담을 전개하고 있다.

수원특수교육지원센터 제공

■ 점자, 보행 훈련, 상담까지... 학생 교육·생활 향상 서비스 제공

수원 지원센터는 경기 남부 권역 유·초·중·고·특수학교에 다니는 시각 장애인 학생을 위해 다양한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시각 장애인 학생이 다니는 학교와 지역, 학년 등 기초 정보부터 시작해 장애 유형과 등급, 잔존 시력 정도 등 세부 정보를 파악한 뒤 현장 수요 조사를 거쳐 마련된다.

유형별로는 △점자 교육을 통한 학습 능력 증진 △시각 장애 학생들의 독립적 보행법 습득 및 안정적 이동 능력 향상을 돕는 보행 훈련 △시기능 훈련을 통한 시각 정보 처리, 해석 능력 향상 △시각 장애 학생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교육, 생활, 진로 진학 상담 등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보행 훈련의 경우 전담 보행 지도사가 학교, 또는 가정 등을 직접 찾아가 시각 장애인용 지팡이 사용법, 보행법 등을 직접 교육하고 있으며, 시기능훈련의 경우 한국시기능훈련센터 소속 전문가들이 참여해 맞춤형 교육을 적용하고 있다.

상담 역시 찾아가는 서비스로 진행되고 있다. 수원 지원센터는 시각 장애 학생의 교육 성취도와 사회 적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생이 다니는 학교 또는 가정으로 방문 내지 전화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상담 내용은 학생 진로 진학부터 가정에서의 학생 교육 및 정서 상담이 핵심이며,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인 경우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 방법에 대한 상담과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원 지원센터는 시각 장애 학생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원활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조 공학 기기와 학습 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보조 및 학습 기기는 점자 블록, 독서 확대기, 화면 낭독 기능이 탑재된 노트북·태블릿 PC, 스마트 비틀(화면 내용을 점자로 확인, 제어하는 기기) 등으로 구성된다. 수원 지원센터는 개별적 장애 특성을 반영한 보조 공학 기기 선정을 위해 경기도 재활 공학 서비스 연구센터, 한국점자도서관 등 전문 기관의 자문과 협의로 지원을 전개하고 있다.

수원 지원센터는 이를 통해 시각 장애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교육에 필요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 학생, 학부모의 세상을 향한 발걸음 돕는 창구

일반 학교 또는 지역 복지관에서 받기 어려운 시각 장애 맞춤형 교육을 수원 지원센터가 진행하면서 지역 시각 장애 학생과 학부모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일반 학생보다 시력이 약한 저시력 학생들의 경우 통학을 위한 보행부터 점자 블록, 화면 해설 기기 등 보조 공학 기기 사용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원 지원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보조 공학 기기, 핸드폰의 스크린 리더 기능 사용법, 점자 교육 등은 시각 장애 학생의 자신감과 학업 의지를 되찾아주고 있다는 반응이 학부모 상담에서 속속 나오고 있으며 특수교사들 역시 보람을 느끼고 있다.

특히 시각 장애 학생을 둔 학부모들, 특히 특수 학급이 있는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나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통합 교육을 받는 학생을 둔 학부모의 경우 수원 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상담 서비스가 양육, 교육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각 장애를 가진 자녀의 학교 생활, 또래 관계, 진로 진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데다 일반 학교 내 특수 학급의 경우 주로 발달장애 학생 비중이 높아 시각 장애 학생을 둔 학부모의 경우 학부모 간 정보 교류에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수원 지원센터는 학기가 시작되는 매년 3월 시각 장애 학생 학부모로부터 상담 신청을 받아 전화, 방문 등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요 시 상시 신청을 거쳐 다회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원 지원센터는 질환 등 후천적 요인으로 시력을 잃거나 저하된 학생 본인과 학부모의 정서 지원과 생활, 학업 재개를 돕고 있으며 시각 장애 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학업과 재활 모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터뷰 줌-in 이고운 교사

“학생 가정 환경 ‘제각각’… 맞춤 학습 제공”

아름학교 다니며 가정·학교 순회 교육도 학부모에 ‘입시·취업’ 필요 정보 전달

道 첫 시각장애인 전문학교 개교 지원

“시각 장애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점자 교육, 시(視)기능 및 보행 훈련 등 특수교육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학부모 상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원특례시에 위치한 특수학교인 아름학교에서 만난 이고운 교사가 밝힌 경기도교육청 수원특수교육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그 안에 설치된 ‘경기남부 시각장애거점센터’(이하 시각거점센터)의 주요 역할이다.

지원센터는 2013년 경기 남부권역에 위치한 17개 교육지원청의 시각 장애 학생 교육을 돕고자 경기남부 시각장애거점센터를 설치,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사업을 다방면으로 전개하고 있다.

각 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 장애 학생은 120여명으로 지원센터는 각 학생의 장애 정도, 특성에 맞는 시각 보조 공학 기기 대여부터 시작해 △기기 활용 교육 △학생 통학 지원 △학부모 상담 등을 전개하고 있다.

또 시각거점센터에서는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시기능센터 경기지부와 연계해 점자 교육, 보행 교육, 시기능 훈련 등 다양한 시각 장애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사는 “보조 공학 기기로는 독서 확대기, 점자 정보 단말기, 화면 낭독 기능 탑재 노트북 및 태블릿 PC 등이 있다”며 “거점센터에서는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와 협약해 학생에게 점자 강사를 일대일로 매칭, 일정 간격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교사들이 가정이나 학교를 찾아 순회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름학교에서는 점자로 영어,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며 “두 과목은 점자 수업을 잘 아는 교사의 교육이 필요하기에 특수 학급이 설치돼 있지 않은 일반 학교 등에서 요청이 있으면 순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학생 교육과 더불어 특수교사의 주된 역할로 학생, 학부모 상담을 꼽았다. 시각 장애 학생마다 가정 및 교육 환경이 제각각 다른 데다 양육부터 진로 설정까지 필수적이지만 부족한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시각 장애 학생들은 저마다 장애 원인, 잔존 시력 정도, 중복 장애 여부가 모두 다르고 각각의 교육적 요구도 다양하다”며 “학부모들 역시 대체로 시각 장애 학생에 대한 정보가 적어 양육과 교육 모두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라고 해도 정확한 진단 없이는 아이의 장애 정도를 완벽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학생이 중도에 시력이 나빠져 어머니가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글자를 읽을 수 없게 되다 보니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도 많이 힘들어해 정서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시기능 검문표로 학생의 상태를 진단하고 필요한 보조 공학 기기를 안내를 거쳐 학교 방문 교육을 실시했고 학생에게는 화면을 읽어주는 노트북, 스마트폰 사용 방법과 관련 앱 사용 방법을 교육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교사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장애 학생 △대입 수시 특별 전형 △수험 편의 △취업 사례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또 이 교사는 “일반학교에서 통합 교육을 받고 있는 재학생은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학교 생활과 활동 참여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라며 “이 경우 비장애인 교사들이 보조 공학 기기 교육, 점자 교육에 어려움을 겪기에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자문, 상담, 컨설팅 등도 병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사는 2027년 3월 경기도 최초 시각 장애인 전문 학교로 문을 여는 ‘새빛학교’(가칭) 개교를 지원하고 있다.

수원 영통구 영동중 이전 부지에 예정된 새빛학교는 △영아 1학급 △유치원 1학급 △초등학교 6학급 △중학교 3학급 △고등학교 3학급 등 6개 학년, 20학급 규모로 개교한다.

아름학교를 비롯한 지금의 특수학교는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함께 다니다 보니 통학, 교내 보행 등 시각장애 학생 편의가 반영된 교육 환경을 완벽하게 구성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거점 센터에서 새빛학교 개교 지원을 위해 서울맹학교, 한빛맹학교 등을 방문, 시각 장애 학생을 위한 교내 구성을 견학하고 벤치마킹했다”며 “새빛학교의 학교급별 전문 교육과정 준비 및 안착을 위해 내년부터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과 교육과정 연구팀을 만들어 개교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수학교와 일반학교 학생들 간 통합 프로그램도 실시, 사회적 통합을 준비해나가는 허브로서의 역할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점자 배우며 더 큰 세상 알아가요”

송하은 학생 - 학교 기자로 장애 학생 정책 기사화 ‘성우’ 꿈 키우며 글자 많이 접해요

김하은 학생 - 일반 학교 다니며 보행 교육 보충 다양한 악기 다루는 음악가 되고파

(왼쪽)송하은 학생, 김하은 학생

“영어, 수학 점자를 배우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제게 맞춰 수업을 해주시는 게 참 좋아요.”

아름학교에서 고교 1학년 과정을 밟고 있는 시각 장애 학생 송하은양은 점자를 활용해 국어, 영어, 수학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우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송양이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다. 그는 “다른 과목은 어려운 게 많지만 국어는 문학 작품도 많이 접할 수 있고, ‘작가가 왜 이렇게 썼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어 재밌다”고 말했다.

또 송양은 아름학교에서 학교 신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교육 정책, 특히 장애 학생을 위한 정책을 취재하고, 이를 기사화하고 있다.

송양이 점자, 학교 신문 활동을 통해 텍스트를 많이 접하고 있는 것은 ‘성우’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함이다.

송양은 “학교에서 점자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성우를 하려면 대본을 많이 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저시력이라 큰 글씨만 볼 수 있어 학습할 때 눈으로 글자를 읽기 힘든 만큼 점자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학교인 오현초등학교에서 3학년생으로 재학, 통합 교육을 받고 있는 시각 장애 학생 김하은양은 음악가를 꿈꾸고 있다.

김양은 수원특수교육지원센터로부터 시기능 훈련, 보행 연습, 지팡이 사용법 등을 배우는 한편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점자 수업이 조금 어렵고 체육 활동,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것 모두 재밌다”며 “앞으로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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