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부산 퐁피두센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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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도 프랜차이즈 시대다.
세계 유명 미술관들은 일찌감치 소장품과 브랜드를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퐁피두 분관 반대론자들은 1000억 원대 건립비와 매년 100억 원대 운영비를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에 절반씩 지원해도 10년 안에 세계가 부러워할 컬렉션을 보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부산시는 세계적 미술관 유치에 따른 관광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운영비는 감당할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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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도 프랜차이즈 시대다. 세계 유명 미술관들은 일찌감치 소장품과 브랜드를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원조로 꼽힌다. 1997년 문 연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명소로 발전했다. 빌바오 구겐하임이 유명해진 또다른 이유는 물고기 비늘을 형상화한 독특한 설계다.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은 “20세기 최고 건축물”이라 극찬했다. 철강도시 빌바오는 이제 예술도시로 불린다.
퐁피두·오르세와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인 루브르 박물관도 2017년 아랍에미리트에 첫 해외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를 개관했다. ‘빛의 건축가’ 장 누벨은 루브르 아부다비를 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빚었다. 커다란 돔에 뚫린 수 천개 구멍을 통해 들어온 빛이 전시작과 조화를 이룬다.
서구 미술관들이 해외 진출에 공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서울 63빌딩에 들어서는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의 연간 브랜드 사용료는 200만 유로(28억 원)로 알려졌다. 63빌딩 리모델링에 쓰이는 비용만 1500억 원대다. 스페인의 퐁피두센터 말라가 분관은 매년 40억 원대를 지불한다.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유치를 놓고 찬반이 뜨겁다. 위치는 이기대공원으로 확정됐다. 총사업비는 1081억 원(땅값 제외). 연간 운영비는 125억 원대로 추산됐다. 연간 수입은 입장료(관람객 46만 명)까지 모두 합쳐 50억 원대다. 운영비와 수입의 차액인 75억 원이 적자 구조인 셈이다.
퐁피두 분관 반대론자들은 1000억 원대 건립비와 매년 100억 원대 운영비를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에 절반씩 지원해도 10년 안에 세계가 부러워할 컬렉션을 보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구 문물에 ‘선진’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비판 없이 추앙하는 것이야 말로 ‘문화 사대주의’라는 것이다. 반면 부산시는 세계적 미술관 유치에 따른 관광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운영비는 감당할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지난 27일에는 부산시와 시민사회가 따로 토론회를 주최해 불신만 더 커졌다.
양측 주장은 모두 나름대로 합리성과 근거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먼저 부산시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데도 공론화 없이 밀실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이 29일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에서 탈락한 원인도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다.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은 ‘예술적 행정’을 기대한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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