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국 후 한 푼도 못 받았다…필리핀 이모님들 '멘붕'
입국한 6일부터 계약 발효 명시
이달 20일 첫 임금 받아야 했지만
2주치 교육수당 80만원 지급 안돼
주변 지인 찾아 돈 빌리러 다녀
정부 "최대한 빨리 해결토록 독려"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돌봄노동 시범사업을 위해 이달 초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전원이 사실상 월급에 해당하는 교육수당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에서 최저임금으로 지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지급되지 않으면서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29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일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정부의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서비스 제공기관인 홈스토리생활(서비스명 대리주부), 휴브리스(돌봄플러스)와 매달 20일 임금을 받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 6일부터 19일까지 2주일치 돈을 받지 못했다. ‘대리주부’와 ‘돌봄플러스’는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다. 대리주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70명, 돌봄플러스는 30명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내달 3일 시범사업 서비스 시작에 앞서 서울 모처에서 아이돌봄·가사관리 등 직무교육과 한국어와 생활문화 학습 등 국내 적응을 위한 교육을 매일 8시간씩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일 1인당 약 80만원에 해당하는 교육수당을 받지 못한 것이다. 두 서비스 제공기관은 유동성 부족으로 수당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비스 이용 가정에서 이용료를 받은 뒤 그 돈으로 가사관리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해 왔는데, 이번 시범사업의 경우 서비스 개시 전이라 이용료를 받지 못해 임금을 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데일리는 해당 업체에 미지급 사유를 문의했으나 “고용노동부에 문의하라”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이 때문에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두 번째 월급날인 다음달 20일까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이들은 최저임금(시간당 9860원)을 받고 주 최소 30시간을 일하기로 계약했다. 주 30시간 근로시 주휴일을 포함한 월평균 근로시간은 130.4시간이며 이에 따른 임금은 128만5700원 수준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관리사들은 1인당 평균 100~150달러를 가지고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달 20일까지 버티기 위해 주변에 돈을 빌리러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해당 업체를 독려해 최대한 빨리 미지급 교육수당을 지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당 업체들이 교육수당을 지급하면 정부가 사후정산하는 구조”라면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생활고를 겪지 않도록 서비스 이용 가정의 이용료 결제가 이뤄지는 대로 관리사들에게도 순차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제도 시행 초기의 시행착오이지만 임금체불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용부는 교육기간(8월 6일~9월2일)에 지급되는 돈은 ‘교육(훈련) 수당’이라며 임금체불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데일리가 입수한 가사관리사들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근로계약기간은 7개월이며 “근로계약기간은 입국일부터 기산함”이라고 적시됐다. 서비스 기간이 9월 3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6개월이므로, 근로계약서만 보면 첫 한달의 교육기간 역시 계약서상 임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울러 근로계약서엔 교육수당 지급 특수 약정이나 첫 임금을 9월 20일에 지급한다는 내용도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세심한 행정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은 “종속상의 근로가 제공되지 않았더라도 해당 근로계약서상 관리 업체는 사용자로서 지위와 책무를 가지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입국일부터 근로자 지위를 갖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과 관련한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채필 일자리연대 상임대표 역시 “직무교육도 근로기간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며 “따라서 임금을 줘야 한다”고 했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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