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 재무부담 높고 사업환경도 비우호적…모니터링 필요”
신용평가기관이 국내 주요 10대 그룹의 영업활동 현금창출 능력과 레버리지(보유 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 및 현재 사업 환경을 종합적으로 비교해본 결과, 신세계·롯데그룹의 재무부담이 가장 높고 사업환경도 비우호적이어서 경기대응력 측면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기업평가가 작성·공시한 ‘주요 그룹 재무역량 및 경기대응력 점검’ 리포트를 보면, 국내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분석(2023년 재무지표 기준)한 결과 신세계·SK·롯데그룹은 재무 커버리지 비율(순차입금/EBITDA·차입금 상환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높을수록 재무건전성 악화)과 레버리지(차입금 의존도) 비율이 모두 높아 재무부담이 큰 그룹으로 분류됐다. 신세계는 커버리지(4.96배)가 높으면서도 레버리지(35.1%)가 가이드라인에 근접하고 있고, SK그룹은 커버리지 비율이 2020년 1.52배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 4.32배로 크게 높아진 가운데 레버리지(39.6%)도 10대 그룹 중에 가장 높았다. 롯데그룹은 10대 그룹 중에 커버리지(2023년 7.08배)와 레버리지(30.0%)가 모두 높아 재무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재무지표의 가이드라인은 신용평가방법론상 순차입금/EBITDA(이자비용·세금·감가상각비를 빼기 전 순이익으로, 영업활동 현금창출력 지표)은 3.5배, 차입금의존도는 35%를 기준으로 잡았다.
한기평은 그룹별 사업환경과 재무부담 수준을 종합해 경기대응력을 점검한 결과, “롯데·신세계그룹은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인 가운데 커버리지와 레버리지가 모두 높아 경기대응력 측면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포스코그룹은 사업환경은 비우호적이지만 재무부담이 낮은 수준이고, SK그룹은 재무부담이 높은 수준이지만 사업환경은 중립적이며, CJ·한화·HD현대그룹은 재무부담이 내재하지만 사업환경은 중립적”이라고 판단·분류했다.
이번 분석에서 한기평은 재무부담을 측정하는 두 재무지표로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회사 보유 현금·예금을 뺀 것)을 EBITDA로 나눈 커버리지 비율 및 레버리지(차입금의존도)를 활용해 10개 그룹의 재무부담 정도를 3개 유형으로 나눴다. 그 결과, 두 재무지표가 가이드라인을 밑돌아 재무부담이 낮은 첫번째 유형은 4개 그룹(삼성·현대차·포스코·LG)이고, 둘 중에 하나의 지표가 가이드라인을 밑돌아 재무부담이 내재한 두번째 유형(CJ·HD현대·한화)과 두 지표 모두 가이드라인을 웃돌아 재무부담이 높은 세번째 유형(신세계·SK·롯데)에 각각 3개 그룹이 분포했다.
삼성·현대차그룹은 순현금 상태로 차입금의존도도 매우 낮아 재무부담이 가장 낮고, 포스코·LG그룹은 최근 주력 부문의 실적 저하 및 투자 확대로 재무부담이 가중되었으나 커버리지와 레버리지는 여전히 낮아서 절대적인 재무부담은 낮은 수준을 보였다. CJ그룹은 커버리지는 높지 않지만 레버리지가 높고, HD현대그룹은 레버리지는 높지 않지만 커버리지가 가이드라인에 근접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레버리지는 높지 않지만 커버리지 비율(6.13배)은 분석대상 그룹 중에 롯데그룹(7.08배)을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10대 그룹의 합산 차입금의존도(레버리지)는 최근 2년간 22% 수준을 유지했으나 그룹별로는 영업현금창출력 및 투자규모 등에 따라 차별화되었다. 레버리지가 상승 추세를 보인 곳은 SK·LG·포스코·신세계 등 4개 그룹이다. SK·LG·포스코그룹은 수익성 저하로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이차전지 투자 확대가 그룹 전반의 레버리지 상승 원인으로 작용했고, 신세계는 본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점포망 관련 투자지출이 지속되면서 차입부담이 확대됐다. 반면, 현대차·HD현대·한화그룹은 차입금의존도가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10대 그룹의 합산 커버리지 비율은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커버리지가 크게 상승한 그룹은 SK·LG·포스코·한화·신세계로, 대부분 수익성 저하로 EBITDA가 감소한 반면 순차입금은 증가했다. 한화그룹은 EBITDA가 증가하지 못한 가운데 순차입금이 증가하면서 커버리지 지표가 2021년 3.77배에서 2023년 6.13배로 악화했다. 삼성·현대차그룹은 순현금 기조를 지속하며 커버리지 비율(2023년 삼성 -1.35배, 현대차 -0.69배)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 원인에는 차이가 있는데 삼성그룹은 EBITDA와 순현금이 동시에 감소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EBITDA와 순현금이 동시에 증가했기 때문이다.
10대 그룹의 합산 매출액은 2021년 1228조원에서 2022년 1490조원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2023년에는 1471조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주로 반도체·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의 2023년 업황이 나빴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매출이 증가한 그룹은 현대차·LG·한화·HD현대·CJ 등 5개 그룹이다. 10대 그룹 합산 수익성 지표(EBITDA마진·총매출액 중 영업이익 비중)는 2021년 16.9%에서 2023년 11.4%로 하락했다. 주로 삼성·SK그룹 등 매출 규모가 큰 그룹의 수익성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기평은 2013년부터 국내 주요 그룹을 대상으로 그룹 전반의 매출 실적 변화 및 사업 포트폴리오 현황과 산업별 전망을 기초로 각 그룹의 수익성, 커버리지, 레버리지 지표를 통해 사업환경과 재무부담 수준을 종합한 분석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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