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파장... 환경부 "후속 조치 충실히 이행"

송주용 2024. 8. 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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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의 기후소송처럼 우리도 국회의 후속법 개정 과정에서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세워져야 한다."

아기기후소송 법률대리인 김영희 변호사는 "파리협정이 지구 온도 상승 목표를 1.5도로 설정했지만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지구 온도의 2.9도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며 "헌재의 판단은 아시아와 유럽 각국 등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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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1항 위헌
정부·국회, 2031~2050년 감축 계획 마련해야
아시아 등 국제사회에 미칠 여파도 클 듯
기후위기 헌법소원을 제기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최한 기후 헌법소원 최종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독일에서의 기후소송처럼 우리도 국회의 후속법 개정 과정에서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세워져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29일 이병주 변호사는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소원에 참여한 청소년기후소송 법률대리인이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이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5개월 만에 나온 헌재 결정에 청구인들과 법률대리인단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는 기자회견 발언을 하던 도중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시민기후소송 법률대리인 이치선 변호사는 "독일도 기후소송에서 위헌 결정이 난 뒤 2040년과 2045년 감축 목표를 더욱 강화했다"며 "한국도 2031년 이후부터 2050년까지의 감축 목표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와 국회는 2026년 2월 28일까지 헌재 취지를 반영해 보다 강화된 기후대책을 내놔야 한다. 헌재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정량적인 감축 목표가 없다는 점을 위헌 결정의 핵심 요지로 지적한 만큼 매년 온실가스 감축량을 얼마나 줄일지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해야 한다. 환경부는 헌재 결정 이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는 짧은 입장문을 냈다.


아시아 최초 기후위기 헌법소원… "전 세계적 기후위기 극복에 역할"

기후위기 헌법소원에 참여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최한 기후 헌법소원 최종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헌재의 위헌 결정은 아시아를 비롯한 국제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는 올해 1월 환경권리재단을 비롯한 기후단체들이 대만 헌법재판소에 기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소송의 골자도 한국 기후소송과 유사하다. '정부의 탄소 감축 목표가 기후변화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대만 헌법소원은 한국의 기후위기 헌법소원 이후 아시아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문제 삼은 첫 사례다.

지난 6일 일본에서도 청년 16명이 전력기업 10곳을 대상으로 청소년기후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10개 전력회사가 일본의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33%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에 참여하는 미에 아사오카 일본 키코 네트워크 대표는 "한국 헌재 결정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사법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유럽에서는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연방기후보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네덜란드 대법원은 2019년 '위르헨다 판결'을 통해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미국 몬태나주 법원도 지난해 8월 청소년들이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아기기후소송 법률대리인 김영희 변호사는 "파리협정이 지구 온도 상승 목표를 1.5도로 설정했지만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지구 온도의 2.9도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며 "헌재의 판단은 아시아와 유럽 각국 등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개별 산업에 대한 구체적 규제와 산업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후환경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며 "철강을 비롯해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부문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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