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강박 고통받아온 정신장애인, 편견이 더 무서워요”
[짬] ‘강박 금지’ 개정법률안 대표 발의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신체 장애가 있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졌고 에티켓도 늘어났는데, 정신장애에 대해선 아직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요.”
27일 정신병원 내 강박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44·비례대표)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을 전한 한겨레 보도에는 100개가 넘는 악플이 붙었는데, 대부분 강박을 금지하면 환자들이 자·타해를 하거나 난동을 부리고 이게 범죄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였기 때문이다.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에 따른 사망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치료라는 이름으로 환자를 학대하는 행위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정신병원개혁연대 등을 조직하며 움직이고 있고, 김 의원 안을 포함해 국회에선 관련 법률개정안이 2건 발의됐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따가운 시선도 여전하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적 편견으로 더욱 고립되고 있다”면서 “편견은 만들어지는 건 쉽지만, 개선되는 데는 긴 시간과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그 누구보다 장애인 문제 개선에 힘을 쏟는 김 의원에게 정신병원이라는 새로운 의제와 의정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정신장애인이 타해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21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함께 낸 ‘정신질환자의 의료이용 현황 및 단계별 특성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정신질환자 311만6000명 가운데 정신장애 범죄자 숫자는 7763명으로 0.2% 수준이다. 총인구 5178만명 가운데 범죄자는 158만6000명(3.1%)으로 정신질환 범죄자의 비율이 더 낮다. 그는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되는 실증적인 근거”라고 했다.
중증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기능으로 뉴스를 듣고 점자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보도자료나 예산 자료를 읽는다. 요즘 아이폰 등으로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분야는 정신장애다. “정신장애는 당사자가 아니라서 나름 자료를 굉장히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조울, 공황, 조현병 등 스펙트럼이 정말 다양하더군요. 이분들은 당사자들이 모여 어떤 필요나 요구를 표출하는 것 자체도 굉장히 제약이 많아 의제화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여러 사건을 조사하면서 언론에 알려지는 사건은 정말 극히 일부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발의 소식에 “자·타해 늘 것” 악플 “정신장애인 범죄율 평균보다 낮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선 안 돼
장애인학대 처벌 강화 법안도 낼 것”
21대 문체위에서 22대 보건복지위로
통과된 발의법안 36건 장애인 관련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은 김 의원에게 완전히 새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익숙한 의제다. 그는 21대 국회 때 장애인 학대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한 적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법에도 학대 처벌조항이 있지만 처벌수위가 낮아 새로운 법을 만들려고 했다. 22대 때도 이 법안 제정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이번엔 법무부가 관장하는 분야의 제정안을 발의하는 동시에 학대피해 장애인을 구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정비해 함께 발의하려고 한다. “학대문제는 장애인·비장애인을 나눌 필요는 없다고 봐요. 장애인들의 경우 학대 이후 자립하고 회복하는 데 비장애인과 다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애인 학대라고 이름 붙이지만 결국 다 같은 인권유린입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진국들을 보면 대부분 정신병원에서 강박하지 않는 비강압적 치료를 연구·개발한다”면서 “정신장애 당사자와 정신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정책제안을 하겠다”고 말했다. 격리·강박 금지를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는 “우리나라는 급성기 입원환자에 대한 의료수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라며 “수가 문제를 잘 해결해야 적절한 치료방법이 채택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21대 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으로 있으면서 법안 171건을 발의했는데 60% 이상이 장애인 관련 법안이었다. 통과된 43건 중 36건도 장애인 법안이었다. 22대 국회에선 보건복지위로 소속을 옮겼다. “21대 때 제정안을 발의했다가 폐기된 ‘시청각 장애인 권리보장과 복지진흥에 관한 법률’도 다시 시도하려고 하는데 시청각 장애인의 형편이 정신장애인과 유사해요.” 이는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상실된 시청각 장애인을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의사소통과 자립을 지원하는 법률이다.
그는 2022년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이동권 시위를 놓고 국민의힘 이준석 전 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장애인 운동을 해왔지만 전장연과 결이 좀 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장애인으로서 다른 방법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왔을 뿐이다. 결이 아니라 캐릭터가 다른 것”이라며 “지지를 받지 않더라도 챙길 문제를 반드시 챙기는 게 나의 캐릭터”라고 했다. “저는 당사자분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심부름꾼입니다. 최대한 많이 듣고, 많이 반영하려고 합니다. 정치적으로 논쟁거리가 되지 않지만 취약한 곳에 있는 국민께 도움되는 이런 문제들도 많이 기사화해주세요.”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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