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최대 매출 찍었는데 왜? 엔비디아에 만족 못 하는 '투심'
엔비디아 2분기 실적 발표
매출액 300억 달러 넘어서
시장의 전망치 웃돌았지만
기대치는 만족시키지 못해
실적 발표 이후 떨어진 주가
삼전·SK하이닉스 주가 하락
전세계 투자자의 관심이 모아졌던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엔비디아는 8월 28일(현지시간) 올 2분기(5~7월)에 매출액 300억4000만 달러(약 40조1900억원), 영업이익 186억4200만 달러(약 24조9400억원), 당기순이익 165억9900만 달러(약 22조2000억원·주당 순이익 0.68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매출액 287억 달러, 주당 순이익 0.64달러를 웃도는 수치였다. 특히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135억 달러) 대비 122.4% 늘어났다.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액이 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려와 달리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125.61달러로 전거래일보다 2.10% 하락했다. 실적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선 낙폭이 더 커졌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종가 대비 6.89% 하락한 116.94달러를 기록했다. 전거래일 종가(128.3달러)와 비교하면 8.85% 떨어진 셈이다. 사상 최고 매출액으로도 투자자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이는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어서다.
CNN은 "엔비디아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면서도 "지난 2년간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이 정도 수치만으로는 투자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해 호황기와 비교했을 때 성장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매 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앞지르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분기 최대 매출보단 성장률을 더 중요하게 봤다는 거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전분기 대비 주당 순이익 증가율은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엔비디아의 주당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147.7%(0.109달러→0.27달러) 증가했다. 3분기와 4분기 순이익 증가율도 각각 48.8%, 28.3%에 달했다. 하지만 올 1분기 18.6%로 둔화하더니 2분기엔 11.1%로 더 떨어졌다.
엔비디아의 성장세 둔화는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주의 주가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인 8월 29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3.14%(7만6400원→7만4000원) 떨어졌다.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더 크게 출렁였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장중 6.75%까지 하락하며 16만7000원대까지 떨어졌고, 5.35% 떨어진 16만9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시장의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영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둔화세에 접어든 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려면 투자자본수익률(ROI)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서비스나 소프트웨어가 나와야 할 것"이라면서 "엔비디아 GPU 등에 쓰이는 '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CoWoS)'의 생산능력 상향 등 진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시장의 우려를 뒤로하고 다시 한번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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