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역응급센터 70% ‘나홀로 당직’인데…윤 “비상체계 원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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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의료공백 위기에 대해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권역응급의료센터 10곳 가운데 7곳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12명 미만으로, 원활한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겨레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을 통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응급실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1일 기준 전국 44개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31곳(70.5%)은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12명 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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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의료공백 위기에 대해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권역응급의료센터 10곳 가운데 7곳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12명 미만으로, 원활한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건양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만이 버티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정브리핑에서 의료체계가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의료 현장을 한 번 가 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특히 지역의 종합병원들 이런 데 가보시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일단 비상 진료 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고, 정부도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상황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한겨레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을 통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응급실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1일 기준 전국 44개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31곳(70.5%)은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12명 미만이었다. 건양대·울산대병원은 4명, 순천향대천안병원과 삼성창원병원은 5명에 불과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 권역 내 최중증 환자가 모이는 곳으로 상급종합병원이나 300병상 초과 종합병원에만 지정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365일 24시간 응급실 운영 때 매 근무에 2명 이상을 두려면 응급실에 최소 12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응급실들이 당직 유지를 위한 최소 인력을 채우지 못하면서 진료 기능이 마비되는 곳도 늘고 있다. 세종 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은 다음달 1일부터 야간(오후 6시∼다음날 오전 8시) 진료를 중단한다. 추석 연휴인 9월16일 오전 8시부터 19일 오후 6시까지만 24시간 정상 진료를 하기로 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11명 중 4명이 사표를 내고 다음달 1일부터 충남지역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직하면서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 병원 촉탁의(봉직의) 일부는 2명 이상 당직을 서는 조건으로 근무 계약을 했지만, 인력이 줄며 ‘나홀로 당직’을 하게 되자 이직한 것으로 안다”며 “주변 다른 대학병원도 응급실 의사가 모자라, 4억원 이상의 연봉으로 ‘스카웃’ 제안을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응급실 ‘인력난’이 의료개혁 과정서 빚어진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 종합병원이나 공공병원을 가 보면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다. 의료 개혁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곳(8월21일 기준)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7월15일보다 12명 줄었고, 7명이 더 사직서를 냈다. 현장에선 전공의 이탈에 따른 피로 누적 등으로 있던 전문의마저 떠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충북에서 가장 중증도 높은 응급환자를 처치하는 충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21일 현재 6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주 7일, 24시간 동안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다. 전공의 이탈 이전인 지난해 연말에는 전문의 7명, 레지던트 9명, 인턴 6명 등 22명이 근무했지만, 8개월 새 일손이 4분의 1로 줄었다. 전공의 몫을 메우던 전문의들도 지치면서 9월1일부터는 전문의 1명이 추가로 휴직할 예정이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원래 이 분야 전문의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인력난은 전공의 부재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하는 환자들, 응급환자들은 분명히 피해를 겪고 있다”며 “이런 환자들의 목소리는 윤 대통령에게 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등으로 의료계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정치권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증원 문제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한게 아니다”라며 “의료인 양성하는 건 최소 10년, 15년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그건 지금 안하면 안 된다”고 타협안 제안에 선을 그었다. 더불어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의료개혁 방안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헌신적인 의료진과 함께 의료개혁을 반드시 해내겠다”, “멈출 수는 없다” 라고 하며 의료계 반발에도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화 방안을 통해 좋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대 교육 현장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강윤식 경상국립대 의대 학장은 “의사가 어디서 뚝 떨어지는 건 아니지 않냐, 준비된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방의대의 경우, 교수 증원으로 수도권 지역 의대에 인력이 많이 필요해지며 그쪽으로 몰리게 될 터라 교수 자리는 많아져도 실질적 충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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