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헌법소원, ‘소원’ 이뤘지만…미래는 지금부터죠”

윤연정 기자 2024. 8. 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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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헌법소원이 '헌법을 바꿔달라고 비는 소원'의 줄임말인 줄 알았는데 오늘 결과가 마치 소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기쁘고 뿌듯해요."

헌법재판소가 '기후 헌법소원'의 결론을 내린 29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당사자 가운데 한명인 한제아(12)양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는 "헌법소원에서 이기더라도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한다는) 약속을 안 지키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약속을 잘 지키기만 해도 미래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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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기후소송’ 당사자 한제아양
“우리의 권리, 우리 행동에 달려”
한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소송 두 번째 공개 변론이 열린 지난 5월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아기기후소송 최종 진술자로 나선 한제아양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처음엔 헌법소원이 ‘헌법을 바꿔달라고 비는 소원’의 줄임말인 줄 알았는데… 오늘 결과가 마치 소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기쁘고 뿌듯해요.”

헌법재판소가 ‘기후 헌법소원’의 결론을 내린 29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당사자 가운데 한명인 한제아(12)양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한양은 2022년 6월13일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취지로 태아를 포함한 다른 어린이 61명과 함께 ‘아기 기후소송’에 참여한 바 있다. 이날 초조하게 결정을 기다리던 한양은 재판관들이 결정문을 읽자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최한 기후 헌법소원 최종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양은 소송 참여 뒤 2년 동안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결과를 기다리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기후위기로 학교나 일상에서 느끼던 행복이 급격하게 사라지는 것을 피부로 느껴” 힘들었다고 했다. “체육 시간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제는 비가 너무 갑자기 많이 오거나 너무 더워서 밖에서 체육을 못 하는 날이 너무 많아졌어요. 밖에 있으면 피구공이나 축구공은 너무 뜨거워서 만지지도 못할 정도예요.” 한양은 “이제는 축구도 야외가 아닌 강당에서 한다”며 “에어컨 넉대를 18도 온도로 틀어놓아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너무 더워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심하게 난다”고도 했다. 특히 시간이 흘러 자신이 어른이 됐을 때 이런 변화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생각에 걱정이 더 커지기도 했단다.

친구들도 기후소송에 관해 한양에게 물어보는 등 주변에서도 환경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 걸 느낀다고도 했다. 학교에서는 기존에 있던 급식 도우미나 청소·칠판 당번 외에도 쓰레기를 줍고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는 일을 하는 ‘환경 당번’도 만들었는데, 한양은 “예전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하지 않는 게 보인다”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아시아 첫 기후위기 헌법소원 판결을 하루 앞둔 28일 저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이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한양은 전날에도 ‘소원을 비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 “권리는 나에게 있다”고 자신이 적은 손팻말을 들었다. 당시 그는 “헌법소원에서 이기더라도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한다는) 약속을 안 지키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약속을 잘 지키기만 해도 미래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헌재가 ‘소원을 들어준’ 이날에도 한양은 ‘미래’를 이야기했다. “기후위기라는 큰 도전 속에서 우리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한 것은 단지 미래의 문제가 아닙니다. (…)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우리의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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