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에 드러난 미세한 균열…시장이 걱정하는 5가지[오미주]
세상에 흠 없이 완벽한 영웅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 부족한 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AI(인공지능) 호황의 영웅으로 각광받아온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1년반 동안 초고속 성장으로 주가가 급등세를 탔지만 28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공개된 실적은 약간의 흠집을 드러내며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회계연도 2025년 2분기(지난 5~7월) 순이익과 매출액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며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았지만 투자자들은 5가지 이슈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3분기(올 8~10월) 매출액 가이던스로 325억달러를 제시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전망치 317억7000만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 등 주식 매수측(buy-side) 기대치인 330억~340억달러에는 미달하는 것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올 8~10월 분기 매출액 가이던스가 시장 컨센서스를 20억달러 이상 웃돌아 330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멜리우스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벤 라이츠는 엔비디아의 올 8~10월 매출액 가이던스가 시장 전망치를 20억달러 이상 웃돌 것인지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엔비디아는 올 5~7월 분기 매출액이 300억4000만달러로 팩트셋이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287억4000만달러를 상회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2% 늘어난 것으로 여전히 놀랄만한 성장세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전 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둔화된 것이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올 8~10월 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80%로 더 낮아졌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5~7월 분기부터 본격적으로 AI 붐을 타며 매출액이 급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분기부터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전 분기 대비 매출액 성장률도 낮아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 5~7월 분기 매출액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15.4%로 전 분기의 17.8%에 비해 둔화됐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올 8~10월 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8.2%로 더 떨어진 것이다.
CFRA의 애널리스트인 안젤로 지노는 엔비디아의 올 8~10월 분기 매출액 가이던스가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10%도 안 된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5~7월 분기 매출액총이익률은 75.1%로 전년 동기 70.1%에 비해서는 높아졌으나 전 분기 78.4%에 비해서는 낮아졌다.
엔비디아는 총이익률이 올 8~10월 분기에는 75% 수준을 유지하고 올 11월~내년 1월 분기에는 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2025년(올 2월~내년 1월) 전체 총이익률에 대해서는 70% 중반대를 전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76.4%를 예상하고 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총이익률 하락의 일부 원인을 차세대 AI 반도체 아키텍처인 블랙웰의 생산 문제 탓으로 돌렸다. 블랙웰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출 때까지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써드 브리지의 애널리스트인 루카스 케는 엔비디아의 총이익률 하락에 대해 기존 AI 아키텍처인 호퍼 기반의 H100 시리즈 칩의 가격이 블랙웰 칩 출시를 앞두고 인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I 칩인 데이터센터 GPU(그래픽 처리장치) 시장은 AMD가 자사 제품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의 총이익률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이날 엔비디아의 CFO인 크레스는 "생산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블랙웰 GPU의 마스크(mask)를 변경했다"며 "블랙웰 생산은 4분기(올 11월~내년 1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회계연도 2026년(내년 2월~2026년 1월)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에서 마스크는 설계 및 제조 공정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집적회로 설계의 템플릿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실적 발표 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이 회계연도 2분기(올 5~7월)에 출시돼 3분기(올 8~10월)에 생산량이 늘기 시작할 것이며 올해 "상당 규모의 블랙웰 매출액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일부 매체는 지난 7월에 블랙웰이 설계 오류로 인해 출시가 3개월가량 연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실제로 생산 증대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3개월 늦어진 것이다.
엔비디아가 블랙웰의 예상 매출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도 부정적이었다. 크레스는 올 11월~내년 1월 분기에 "수십억달러의 블랙웰 매출액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만 말했다.
AMD가 올해 자사 AI 칩인 MI300 시리즈의 예상 매출액을 지난 4월 40억달러에서 지난 7월에 45억달러로 상향 조정한 것과 비교되는 모호성이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호퍼 기반의 칩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고해 블랙웰 출시를 앞두고 우려됐던 수요 공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크레스는 호퍼의 수요가 강력하다며 출하량이 회계연도 2025년 3~4분기(올 8월~내년 1월)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CEO인 황은 "호퍼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고 블랙웰에 대한 기대는 엄청나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호퍼 공급은 점점 더 원활해지고 있으나 블랙웰은 여전한 공급 부족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AI 붐은 오픈AI가 2022년 11월에 생성형 AI인 챗GTP를 출시하면서 시작됐고 엔비디아의 실적이 본격적인 급성장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7월 분기부터였다. 이 결과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 240%, 올들어 150%가량 급등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AI 칩을 중심으로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상응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날 엔비디아의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도 AI의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자본 수익률)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황은 "호퍼 기반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곧 블랙웰 기반의 인프라를 구축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비용이 절감되는 이유는 데이터 처리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인데 이는 엄청난 투자 수익"이라고 말했다.
또 데이터센터의 오래된 설비를 교체하는데 1조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AI 칩을 비롯한 인프라에 대한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블랙웰 기반의 칩이 대량 생산에 들어가면 엔비디아가 또 다른 엄청난 호황을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황의 이 같은 예측이 맞다면 이번 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몇 가지 균열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시적인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이 AI 인프라에 대한 본격적인 성장세 둔화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아직 이에 대해 분명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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