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카드 OK” 조의금도 기계로…‘키오스크 만능 시대’ [이슈픽]
이어서 이슈픽입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소개된 할머니의 이야깁니다.
햄버거가 먹고 싶어 패스트푸드점을 찾았습니다.
할머니를 맞이한 건 점원이 아닌 커다란 박스 모양의 무인 단말기. 일명 키오스크라고 하죠.
사용법을 몰라 이것 저것 눌러보다 졸지에 햄버거 수십 개를 사게 됐다는 웃지 못할 사연이었습니다.
낯선 이름 앞에 주문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아이스크림 체인점의 ‘MSGR’, 알고 보니 미숫가루였다고요.
키오스크가 일상 속 깊숙이 자리잡으면서 곳곳에서 진풍경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카노요. 샷은 반만, 같은 걸로 두잔이요."]
점원 앞에선 3초면 끝날 한 문장을 위해 기계 앞에선 단계마다 씨름을 해야 합니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끌다간 초기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뒤통수가 따가워 뒷 사람에게 순서를 양보하기 일쑵니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겨우 배웠더니, 이번엔 키오스크라는 녀석이 가는 곳마다 태클을 건다,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유튜브 '박막례 할머니' : "야 카드 없고 기계 못 만지면 못 먹는거 아녀? 햄버거 먹고 싶어도 못 먹겠구먼."]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물결입니다.
"축하의 마음을 간편하게 전해보세요" 급기야 결혼식장에도 등장했습니다.
이름하여 '축의금 키오스크'입니다.
축의금을 입금하면 식권과 주차권이 나옵니다.
접수대에 친인척을 동원할일도 없거니와 축의금 절도나 빈 봉투를 내고 식권을 받아 가는 ‘얌체족’ 방지 효과도 있습니다.
[키오스크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아무래도 MZ세대 신랑 신부 친구들이 반응이 좀 좋죠. 사진을 찍어서 막 공유를 하시더라고요."]
격세지감이라고 해야할까요.
부조 봉투를 쓸 때는 격식을 차리고 정성을 다했습니다.
사인펜이나 붓펜으로 賻儀(부의)라고 적었고, 속지에 위로 문구도 손 글씨로 정성 들여 썼습니다.
하지만 부의금도 기계가 받는 세상입니다.
현금인출 없이 카드로 조의금 전달이 가능합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나타난 조의금 키오스큽니다.
조문객의 이름과 금액을 설정하고, 심지어 할부로 할지 일시불로 할지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 보급된 키오스크는 약 45만 대 말이 안 통하는 기계 앞에서 진땀이 나고 머리가 하얘졌을 어르신들 사연이 주를 이루지만 젊은 세대라고 당황스럽지 않은 건 아닙니다.
["주문은 키오스크 가서 해주세요. (키...키오스...?)"]
똑똑하고 빠른 신문화에 대한 평가는 세대별로 엇갈립니다.
줌으로 결혼식을 중계하고 카카오페이로 축의금을 내고 식권은 배달의민족으로 대신하면 대관료도 줄어들 거란 우스갯 소리도 있습니다.
싫든 좋든 알아야 사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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