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기만적인 현대판 ‘세뇌’…우리는 진짜 의지로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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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생각대로, 내 의지로 행동하고 있는가."
저자는 중세 시대의 종교재판부터 과학적 실험을 통해 행동을 조건화하려 했던 파블로프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유령처럼 늘 따라다녔던 세뇌의 역사를 추적한다.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조작하기 위한 정부 기관과 과학자·범죄자와 사이비종교 지도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와 함께 한물간 비과학적 개념이라는 평가를 받는 '세뇌'가 현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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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문·심문·정신개조·약물 등
- 과거 강압적 설득기술의 종말
- 인터넷·신경과학 발전 더불어
- 교묘히 세뇌하는 권력 꼬집어
“나는 내 생각대로, 내 의지로 행동하고 있는가.”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 불 때가 있다. 주위 조언이나 대세 흐름에 따랐던 경우가 적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들의 현명한 배려가 담긴 도움이었다면 다행이다. 만약 그 반대라면, 대항할 수 없는 사람 또는 권력이 인간 심리를 계획적으로 지배하면 어떻게 될까. 그루밍 성범죄나 가스라이팅 범죄 관련 보도를 보면 타인에게 심리 지배를 당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 수 있다.
한 인간의 자유와 의지에 반하여 다른 생각을 갖게 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까? 과연 세뇌는 가능한 것일까?
조엘 딤스데일의 ‘세뇌의 역사’는 인간의 정신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강압적 설득의 기술, 세뇌를 다룬다. 저자는 미국의 저명한 정신의학자이다. 스트레스 잠 삶의 질 등을 주로 연구한다. ‘악의 해부’ ‘생존자들, 희생자들 그리고 가해자들: 나치 홀로코스트에 관한 에세이’ 등 저서를 썼다.
저자는 중세 시대의 종교재판부터 과학적 실험을 통해 행동을 조건화하려 했던 파블로프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유령처럼 늘 따라다녔던 세뇌의 역사를 추적한다. 먼저 잔혹한 고문과 수면 박탈, 공개재판, 정신 개조, 행동 조건화, 사상 주입 같은 고전적인 세뇌 기술부터 설명한다. 그리고 미국 CIA가 벌인 LSD 환각 실험, 정신의학자 이웬 캐머런의 정신 조종 프로젝트, 사이비종교의 집단 자살, 진실 약물, 기억의 제거와 복원, 납치범과 인질과 같은 사건을 파헤친다.
그렇게 은밀하고도 강압적인 설득 기술이 어떻게 정교하게 다듬어져 현대 신경과학, 가짜뉴스와 소셜 미디어까지 이어지는지까지 두루 살펴본다.
이단을 굴복시키기 위해, 새로운 인간(소비에트 인간)을 창조하기 위해,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이념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포로와 범죄자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때로 신흥종교 신도를 끌어모으기 위해…. 세뇌 역사를 들여다보면 인류의 온갖 어두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조작하기 위한 정부 기관과 과학자·범죄자와 사이비종교 지도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와 함께 한물간 비과학적 개념이라는 평가를 받는 ‘세뇌’가 현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현대에 와서 세뇌는 더 위협적이다. 지난 세기의 세뇌와 강압적 설득은 고문·심문 그리고 정신 개조, 진실 약물, 재판과 같은 원시적이고 눈에 보이는 악마적 방법이었다. 현 시대의 강압적 설득은 은밀하고 기만적이며 세련된 기법이 동원된다.
저자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신경과학의 발전은 강압적 설득을 은밀하고 정교하며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지며, 정부는 여론을 조작하고,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쏟아내기도 한다.
인터넷상의 제한된 소통은 말 그대로 세뇌 촉진제라고 말하는 저자는 “인터넷 사용으로 우리는 이제 훨씬 더 빠르게 ‘귀를 거짓 보고들로 틀어막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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