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청소년을 위한 ‘사씨남정기’ 外
# 청소년을 위한 ‘사씨남정기’
- 사씨남정기/김만중 글/림호권 옮김/박소연 다시 쓰기/무돌 그림/보리/1만4000원
조선 시대 문신 김만중이 쓴 한글 소설 ‘사씨남정기’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사대부와 백성,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사랑받았고, 임금에게까지 알려진 300년 전 베스트셀러다. 이본이 74본에 이를 정도로 많이 필사되고 인쇄됐으며, 조선 후기 성행했다는 세책방에서도 인기 높았다. 1910년대에는 딱지본 소설로 나와 숱하게 팔렸다. 유교적 가족제도의 문제점, 처첩 사이 갈등, 적서 차별 폐해, 인현왕후가 폐위되고 장희빈이 중전이 된 일을 비판하기 위해 썼다고 알려졌다. 읽기 쉬운 우리글로 다시 썼다.
# 생물다양성 위기, 멸종의 신호
- 대멸종의 지구사/마이클 J. 벤턴 지음/김미선 옮김/뿌리와이파리/2만2000원
46억 살 지구에는 34억 년 전쯤 생명이 생겼고, 많은 ‘종’이 왔다가 떠났다. ‘배경 멸종’이다. 포유류와 조류 종은 약 100만 년, 연체동물과 몇몇 식물은 개별 종이 대략 1000만 년쯤 간다. 호모 사피엔스는 30만 년 됐다. ‘대멸종’도 있다. 지구는 대멸종을 5번 겪었다. 지금의 생물다양성 위기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다. 세계적인 고생물학연구단을 이끄는 멸종 문제 전문가가 멸종 사건을 통해 지구와 생명, 멸종과 진화를 들려준다. 8월 25일~3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지질과학 총회에 맞춰 나왔다.
# 대화가 어려운 ‘어른이’ 보세요
- 관계 면역력을 키우는 어른의 소통법/게이브리엘 하틀리 지음/최다인 옮김/부키/1만8000원
손절은 쉽고 대화는 어렵다? 우리는 가치관이 다른 친구와 말다툼 끝에 멀어지고, 온라인에서는 편 갈라 익명성 뒤에서 서로 헐뜯고, 아예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기도 한다. 손절하고, 차단하는 소통 부재의 시대이다. 맡은 의뢰의 99퍼센트를 법정까지 가지 않고 협상 테이블에서 해결하기로 이름난 중재 전문가이자 변호사인 저자는 손절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친구 가족 부부 관계부터 사회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피할 수 없는 갈등 상황에서 꼬인 관계를 풀어 나가는 의연한 소통의 기술을 알려 준다.
# 배고픈 예술가의 ‘찐’ 현실은
- 어쩌다 예술을 해서/김태희 지음/착한책가게/1만8000원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예술가의 1년간 평균 예술 활동 수입은 695만 원, 소득이 없는 예술가도 43%이다. 지금은 평균 수입은 더 낮아지고, 무소득 예술인은 더 늘지 않았는지 걱정이다. 우리나라는 100명이 졸업하면 10명이 예술전공자이다. 예술가·기획자인 저자는 젊은 예술가가 이토록 넘쳐나게 된 이유를 따지고 그 속에서도 배고픈 예술의 길을 걷는 젊은 예술가의 고민에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이어간다. 젊은 예술가에게 건네는 살벌한 현실과 뜨거운 위로다.
# 시인·문학평론가 김순아의 신작
- 너만 기억하는 시간이 있다/김순아 시집/작가마을/1만2000원
시인·문학평론가 김순아의 신작 시집. 2001년 ‘한국문인’ 시, 2017년 ‘시와 사상’ 평론으로 등단했다. 전작 ‘슬픈 늑대’ ‘겹무늬 조각보’ ‘푸른 파도에게’를 잇는 이 시집은 시간 속 사람과 추억을 떠올려준다.
정훈 평론가는 “김순아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지금 이곳에서 이미 흘러간 시간 속에서 자신이 보았고, 체험했고,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을 더듬는다. 추억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미련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청승맞아 보이는 옛시간들을 소환하면서도 점점 낯설어지는 자신과 세계의 풍경을 스케치한다”고 평한다.
# 기후위기 속 전염병이 창궐했다
- 우리는 어둠 속에서 얼마나 높이 닿을까/세쿼이아 나가마쓰 지음/이정아 옮김/황금가지/1만8000원
기후 위기로 북극 빙하 속 고대 바이러스가 풀려나 세계에 치명적인 전염병을 퍼뜨리면서 변화하는 사회상을 14편의 단편으로 그려낸 옴니버스 소설. 다채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간 세쿼이아 나가마쓰는 일본계 미국인 작가로, 이 소설이 여러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전염병으로 가족을 잃고 자신 역시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회복한 사람이 동네 사람들을 파티에 초대하며 상실을 함께 이겨내자고 격려하는 ‘옛날식 파티’를 비롯해, 절망을 앞둔 세계에서 다시 피어나는 공동체의 유대와 희망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 ‘피카 예술 그림책’ 첫 시리즈
- 모네의 하나뿐인 양산/류 하오 글·그림/김여진 옮김/피카주니어/1만5000원
건축 문학 무용 미술 사진 연극 영화 음악 등 각 분야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표현하는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만나 보는 ‘피카 예술 그림책’ 시리즈 첫 책.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 ‘양산을 쓴 여인’을 새롭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다시 쓰고 그린 그림책이다. 양산을 쓴 여인, 여인에게 쏟아지는 햇빛, 드레스 자락을 흔드는 부드러운 바람. 모네가 사랑하던 것들이다. 류 하오는 모네가 사랑했던 것이 담긴 그림을 또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어린이에게 심미적 감각과 예술적 영감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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