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연찬회, 대통령 대신 ‘의료개혁’ 단속 나선 수석·장관들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고위 인사들이 29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찾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제안을 두고 충돌한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을 통해 여당에 의료개혁 의지를 전달하고 단속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정부 보고 시간에는 자리를 비웠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의료개혁 하는 데 있어 의사 수, 의대 정원은 가장 기본적으로 증원이 필요한 문제”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증원 규모는) 굉장히 많은 변수와 합리적인 추론들이 들어가있는 숫자”라고 밝혔다.
장 사회수석은 “지난 4월1일 대통령의 브리핑이 장시간 이뤄졌는데 그 브리핑문을 거의 직접 쓰셨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며 일독을 권했다. 그는 이어 “의대 증원 찬성 여론이 아직도 70% 이상 나오고 있다”며 “그런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25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통령실에 내년 모집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보류하자고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입장 변화가 없다”고 거부했다. 의료개혁 관련 정부 보고는 당초 연찬회 공식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새롭게 추가됐다. 윤 대통령이 참모들을 대신 보내 의료개혁 관련 당 내 단속에 나선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연찬회에 불참한 것을 두고는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안에 불쾌함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장 수석은 의료 현장 상황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료현장을 볼 때 내가 확인한 곳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며 “전체적인 모습을 보고 판단해주시라”고 밝혔다.
이는 한 대표의 말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안과 중재가 필요할 정도로 응급실이나 수술실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냐, 여기에 대한 어떤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저는 국민 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연찬회에서 “권역의료전문센터와 전문의 수는 작년 4분기보다 더 늘었다”며 “전공의들이 이탈해서 약간 힘들다고 얘기하는데 이런 얘기를 종합했을 때 응급실 붕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대생·전공의 배출까지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의대 증원이 먼저 가야 한다. 정부가 하는 스케줄이 맞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 보고 후 수석·장관들과 의원들 간의 질의응답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열띤 토론이 오간 가운데 당 일부에서는 의료개혁안에 우려를 제기하고 정부 측은 증원 유예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질의응답 후 기자들과 만나 “응급실 뺑뺑이 문제나 중환자들 치료, 추석 즈음에 응급 환자 현장 대응 가능하겠냐는 등 지적이 있었다”며 “대체적으로 정부에서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의원들이 그동안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연찬회 개회식에 참석했던 한 대표는 개회식 후 정부 보고 시간까지 다른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대표는 개회식에서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민심에 그때그때 반응하고 민심을 정부에 전하자”며 “그래서 하나된 정책으로 국민께 평가받자”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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