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 개혁' 설명에 자리 비운 한동훈…대통령실 "원칙 지켜야"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참석한 연찬회에서 정부가 '의료 개혁' 관련 보고를 통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동훈 대표가 자리를 뜬 상태에서 대통령실 측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의료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29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약 1시간20분 간 '의료개혁 관련 정부보고'를 받았다. 연찬회에는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참석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총리,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이 보고를 위해 연찬회를 찾았다.
보고는 한 대표 부재 상태에서 진행됐다. 한 대표는 오후 2시쯤 당 연찬회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별도의 외부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연찬회에서 별도 브리핑을 통해 "별도로 잡아놓은 일정이 있다"며 "확인해줄 수 없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한 대표는 의료 개혁 관련 정부 보고가 끝난 뒤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 수석비서관은 "'응급실 뺑뺑이' 등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이다. 증원된 인력이 (의료계로) 나오는 시기가 10년 후"라며 "인력 수는 과학적 근거, 합리적 추계를 기반해 산출해야 한다. 2000명 증원은 많은 변수와 합리적 추론이 들어가 있는 숫자"라고 했다.
이어 "2026학년도 증원분은 법령에 따라 1년 10개월 전인 지난 4월 말에 공표했다"며 "다만 합리적, 과학적 근거 갖춘 대안을 가져온다면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하고 확인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래야 혹시 변경돼도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한 대표가 제시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을 거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장 수석비서관은 의원들에게 "의료계만의 특성이 있어 여기 계신 의원들이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며 "의료계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개원의, 전공의, 교수가 있고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낸다. 여기서 접점을 찾는다고 해도 (다른 데서) 거부해버리면 아무 의미 없는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의를 했다고 해도 '나랑 얘기한 게 아니면 대화한 게 아니다'라고 해 무산시키는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유효한 대화체를 만들어 대화해야지 대화에 응한다 해서 합의했다고 하면 정부로서는 나이브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저희가 밝힌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추석 명절 의료 시스템 마비 우려에 대해 "보건의료노조 파업과 관련해서는 65개 중 52개 기관과 타결했다"며 "코로나19(COVID-19) 환자 수는 이번주 17만명에서 다음주 14만명 수준으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4000개 정도 병원 문을 열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추석에는 비상 대응 주간을 지정해 전문의 9명 이하인 권역 응급의료 센터, 구조적 문제가 있는 병원을 합쳐서 22개 병원에 지자체 도움을 받아 지원할 것"이라며 "응급실 아닌 배후 진료 관련해서도 입원 환자가 평시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안과 중재가 필요한 정도로 응급실이나 수술실의 상황이 심각하다"며 의료계와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조 장관이 관련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다만 한 대표 부재 상태에서 보고가 이뤄지며 당정 간 생산적인 토론이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의료 개혁을 두고 당정이 갈등한다는 관측에 대해 "당정 갈등 프레임을 낄 자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정부와 입장이 다른 한 대표가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자리를 지키고 토론을 해야 했다"며 "부재는 '평행선'을 달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부 보고 전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초빙해 '민주당 탄핵 공세의 헌법적 문제점'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들었다.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은 '동북아의 지정학과 한국의 번영'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지키고, 미래를 열다'라는 연찬회 슬로건을 내걸었다. 한 대표는 개회사에서 "민생과 미래를 위한 정책은 국회에서 이뤄진다. 국회 안에서 저희는 다수가 아니라 108명"이라며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개회사를 통해 "연금·의료·노동·교육 그리고 저출생 대응 같은 과제들도 제시하면서 미래를 열어가는 개혁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며 "반도체·AI·바이오·우주 관련 산업에서 국가 성장 동력을 만드는 입법 과제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인천=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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