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협의 정치세력화 시도… 의사 진정성 해치는 악수 아닌가

2024. 8. 2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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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조(PA) 간호사 의료행위의 법적 근거를 명시한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의협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간호법 통과가 사실상 정부가 의료계 현장을 떠난 의사들에게 돌아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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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보조(PA) 간호사 의료행위의 법적 근거를 명시한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의협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간호법 통과가 사실상 정부가 의료계 현장을 떠난 의사들에게 돌아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간호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 제정된 28일 오후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범의료계 차원의 정당 가입 운동을 펼쳐 직접 정치를 바꿀 것"이라면서 "(회원들은) 어느 정당이든 지지하시는 정당에 가입해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10만명을 정치세력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협은 불법간호신고센터를 마련했다면서 "PA 간호사의 불법 진료 행위를 확인하면 신고해달라"고 대국민 호소했다.

29일에도 의협은 정부가 의대증원과 간호법 등을 통해 의료영리화를 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값싸고 질 좋던 한국의 현 의료시스템은 무너질 것이고, 더 이상 환자들은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PA 간호사는 수술, 검사, 응급상황시 의사 보조 등의 업무를 하며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대신하는 인력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우리의 PA 간호사와 유사한 간호사 직역이 제도화돼 있다. 더구나 의정갈등 장기화로 응급실 진료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 간호법은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다. 그럼에도 의협은 '악법'이라고 폄훼하면서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를 운운하고 있다. 아마도 PA 간호사의 역할이 확대되면 의사 영역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직역 이기주의가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정부와의 대화 문은 닫아놓고 정치세력 운운하는 것은 선을 넘은 행위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의협 회원들은 의사의 본분을 잊어선 안 된다. 의협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단체이지, 정치집단이 아니다. 의사들이 정치구호를 외치는 것은 의사 진정성을 해치는 악수(惡手)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공감도 얻을 수 없고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지금 의협이 해야할 일은 현명한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이지 정치세력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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