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 칼럼] 사회 핵심자원 에너지, 아끼고 확충해야
요새 전등 하나 밝히는 비용은 우리가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싸다. 그동안 인류 역사에서 조명을 밝히는 비용은 매우 비쌌는데, 그 가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고 일상생활이 편리해진 것은 19세기 후반 전기혁명 이후에 불과하다.
지난 1996년 경제학자 노드하우스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100와트 전구를 1시간 밝히는 정도의 조명을 얻기 위해서 기원전에는 400시간의 노동이 필요했고, 1800년에도 50시간의 노동이 필요했다. 그런데 전기의 실용화로 그 비용이 1880년대에는 3시간으로 줄어들고 현대에는 1초 정도에 불과하여 획기적으로 감소되었다. 19세기 중반까지도 조명을 밝히는 비용이 너무 비싼 나머지 밤이 되면 바로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적이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창문을 만드는 유리값도 비싸 자연채광을 위한 창문이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창문도 마음대로 설치하지 못했다. 영국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이른바 '창문세'를 도입하여 유리창문의 숫자에 따라 세금을 비례적으로 매기는 제도를 19세기 중반까지 무려 150년 동안 운영했다. 조명 수단이 제약된데다 창문조차 마음대로 설치하지 못해 사람들은 햇빛을 못보고 어둡게 살아 우울증에 걸린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에너지는 그렇게 귀중한 자원이었는데 전기혁명은 에너지 값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우리의 일상생활을 급속히 편리하게 만들었다. 백열전구를 발명하고, 발전 설비나 송배전 설비 등을 개선하여 조명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꾼 사람이 바로 미국의 에디슨이다.
우리는 에너지 값이 너무 싼 나머지 에너지 절약에 별 관심 없이 생활하고 있다.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OECD 평균의 54%에 불과하고 독일의 3분의 1, 일본의 절반 수준으로 낮다. 주요 국가의 국민 1인당 전력 사용량(산업용 포함)도 한국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한다. 일본은 전력 사용이 지난 10여년간 감소 추세인데 한국은 증가 추세이다. 에너지 절약은 그간 우리의 주 관심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에어컨의 대대적인 사용으로 대형건물이나 공공시설, 버스나 지하철까지도 시원함을 넘어 춥다고 느낄 정도로 과도한 냉방을 하고 있다. 덥지 않을 정도면 충분할텐데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고 긴팔 옷을 입어 보온하는 난센스도 흔히 보게 된다. 에어컨 뿐이랴. 상가의 네온사인, 빌딩조명, 간판, 부동산 중개업소의 밤샘 조명 등 우리 주변에는 에너지 절약과는 관계없는 생활 습관이 넘쳐난다.
정부 차원에서 에어컨 등 전기절약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상가에서 개문냉방을 자제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플러그를 뽑아 두라는 등의 계도가 그러하다. 그런데 이런 식의 캠페인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국민들의 생활 습관이나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고, 이런 절약운동은 여름 한때의 캠페인으로 끝날 일시적 행사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에는 에너지가 사회의 핵심자원이 되며 이를 아끼고 소중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도래하는 AI·빅 데이터 시대에는 전기에너지 수요가 통상의 수준을 넘어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선진 각국은 발전과 송배전 설비를 늘리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적절하게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한 나라와 기업은 경쟁력에서도 뒤떨어질 소지가 크다. 세계적인 빅 테크 기업에서는 기업 자체적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여 자체 전력 공급원을 확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탈원전 논쟁으로 지난 5년 세월을 낭비하고 에너지 대책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뒤쳐졌다. 지금이라도 원전을 포함한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의 전환과 그에 따른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국민 각 개인도 에너지에 대한 인식과 관행을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 전체가 나서서 대대적인 의식변화 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초·중·고 교육과 다양한 생활교육으로 진행하고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서 다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사회 지도층부터 앞장서서 계절에 구애받지 말고 상시적으로 추진하며 에너지를 아끼는 한편 대대적인 국민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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